[책마을] 살이 안 빠지는 진짜 이유…설탕의 함정
1980년대 세계 성인 인구 중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사람은 15%였지만 지금은 그 비율이 55%나 된다. 비만이 아닌 사람보다 비만한 사람이 더 많아진 것. 30년 사이에 세계적으로 비만이 유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사람들의 운동량이 줄어서 그럴까.

소아 내분비 전문가인 로버트 러스티그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의대 교수는《단맛의 저주》에서 그 원인을 설탕에서 찾는다. 그는 16년간 수많은 환자를 치료한 임상 경험과 연구 결과를 집대성해 세계적으로 비만과 만성 질환이 대유행하게 된 이유를 의학적으로 분석한다. 1980년대 이후부터 많은 정부에서 저지방 관련 지침을 마련하면서 전체 칼로리에서 지방 섭취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서 30%로 줄었다. 그러나 탄수화물 비중은 40%에서 55%로 늘었고, 그중에서 특히 단맛을 내는 과당 섭취량이 크게 늘었다는 게 문제였다.

그는 과당이 천천히 사람을 죽이는 원인이라고 경고한다. 과당은 마치 알코올중독처럼 우리 뇌를 속여 지나치게 과당을 섭취하도록 자극해 비만을 일으킨다는 것. 지나친 과당은 당뇨병, 간부전, 암, 치매, 노화 촉진을 유발하는 대사 증후군을 만들어 낸다. 심지어 간을 지치게 해 알코올이 유발하는 것과 똑같은 질병을 일으킨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말레이시아의 제2형 당뇨병 발병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유는 이곳 사람들이 술은 마시지 않지만 음료수를 마구잡이로 마시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설탕의 독성으로부터 어떻게 몸을 지킬 수 있을까. 그는 과당이 많은 과일은 통째로 먹어 섬유질과 같이 섭취하라고 권한다. 섬유질이 과당의 흡수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것. 또 탄수화물은 가급적 가공되지 않은 통곡으로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특히 비만은 사회적 문제로 다뤄야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특히 식품업계가 ‘맛’을 위해 과당이 포함된 식품 첨가물을 지나치게 늘린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담배나 술을 규제하는 것처럼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간 음료수나 패스트푸드의 범람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정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