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급등하는 미국 증시를 진정시키기 위한 속도조절에 착수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증시의 기술적 조정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영향으로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 국내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은 최근 옐런 의장이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했던 발언이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전 의장이 사용했던 전술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23일 분석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작년 5월 22일 미국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에서 "고용지표 및 경제전망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앞으로 양적완화(QE) 규모를 축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대해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개월간 고점 대비 5%가량 하락했고 코스피도 6월중 고점 대비 10% 가까이 떨어졌다.

버냉키의 당시 발언은 위험자산으로 '쏠림 현상'을 보이던 주식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고 시장이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의 충격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주려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버냉키의 발언으로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완화됐고 연준은 양적완화의 조기 축소를 요구하는 일각의 정책압력으로부터 시간을 벌면서 추후 순조롭게 정책의 기조를 변경할 여지를 갖게 됐다.

옐런 의장은 지난 15일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노동시장이 연준의 기대보다 빠르게 개선세를 지속해 연준의 두 가지 목표(완전고용과 물가안정)를 향해 수렴한다면 기준금리 인상은 현재 구상하는 것보다 더 일찍, 더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팀장은 "옐런 의장의 발언은 금리 인상이 매우 느리게 시작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언급으로, (금리 인상 시기에 관한) 논쟁이 이미 시작됐으며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서서히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급등세를 보이는 주식시장을 진정시키면서 올 4분기로 예상되는 양적완화 종료를 앞두고 금리정책 변화에 대한 시장의 논쟁을 미리 유도해 시장에 선반영되도록 하려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전술이 작년처럼 작동한다면 주식시장의 과열 현상이 해소되고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논쟁이 격화되면서 점차 컨센서스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사건 전부터 변동성이 커지고 상승추세에서 이탈하는 종목이 늘어나는 등 눈치 빠른 투자자들의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유 팀장은 분석했다.

뉴욕증시에서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주가가 높은 종목의 숫자를 나타내는 BPI(Bullish Percent Index)가 73%로 고점을 찍고 61%까지 하락했고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수인 VIX도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유 팀장은 "미국 증시의 단기 조정과 변동성 확대는 국내 증시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며 3분기까지 국내 기업의 실적 하향 조정 가능성이 우려되므로 신중한 시장대응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