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은행계 보험사 '금융 칸막이' 제거에 비상
정부가 규제 개혁 차원에서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이 함께 있는 복합점포의 ‘유리벽(방화벽)’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삼성생명 등 비(非)은행계 보험사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과 같은 계열의 보험사 직원이 복합점포 내 한 공간에서 자사 상품 위주로 영업하면 방카슈랑스에 대한 기존 ‘25% 룰’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금융당국은 일단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비은행계 보험사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주장일 뿐이라는 의견이 많다.

◆삼성생명 등 역차별 논란 제기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비은행계 보험사는 최근 금융위원회의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이 예고된 이후 잇따라 회의를 열며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 회사들은 조만간 복합점포 활성화에 따른 비은행계 보험사의 영업 위축 우려 등에 대한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은행계 보험사들은 복합점포 내 칸막이가 없어지면 방카슈랑스 ‘25% 룰’이 사실상 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지주 계열의 복합점포는 같은 층에 있더라도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의 점포별 출입문이 따로 있고 유리벽으로 구분돼 있었다. 은행 점포에선 예·적금과 방카슈랑스 상품을 팔고 옆에 있는 보험사 점포는 자사의 변액 또는 암보험 상품 등을 따로 파는 식이었다.

하지만 복합점포 내 유리벽이 없어지면 같은 계열의 은행과 보험사가 한 공간에서 제약 없이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비은행계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 직원이 복합점포에서 자사 상품만 집중적으로 팔고, 은행 점포에 속한 직원은 방카슈랑스 상품을 거의 취급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은행 중심의 복합점포에서 ‘25% 룰’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규제 완화 과정에서 은행이 없는 보험사들만 역차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중은행을 주요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사는 각각 30~40여개의 복합점포를 운영 중이다. 은행계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엔 상품 판매의 90%가량이 은행 점포(방카슈랑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25% 룰’ 논란 재현되나

금융위는 이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합점포 활성화로 금융소비자가 누리는 편익이 커지는 데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금융지주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복함점포 내 유리벽이 없어져도 은행 직원은 기존대로 25% 룰에 맞춰 방카슈랑스 상품을 팔고, 보험사 직원은 자사 상품에 기반한 영업을 하면 된다”며 “다만 비은행계 보험사들의 주장에 대해선 추가 보완할 대목이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25% 룰’을 둘러싼 논쟁이 재현될 조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아예 25% 룰을 폐지하거나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은행계 보험사 관계자들은 “금융지주 계열사 몰아주기 관행과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고객 피해를 막기 위해 ‘25% 룰’은 반드시 유지 또는 강화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25% 룰이 바뀌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방카슈랑스 25% 룰

한 은행에서 특정 보험사의 상품 판매액이 전체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정. 보험 계열사를 가진 은행이 점포에서 해당 계열사 상품만 밀어주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