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억 적자낸 서울대…100억 '보너스 잔치'
법인화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217억원의 적자를 낸 서울대가 25일까지 모든 교수에게 1인당 500만원의 교육·연구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결정은 특히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의 퇴임(7월20일)을 1주일 앞두고 이뤄져 신임 총장 선출 이후 교수사회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서울대는 지난 18일 교수들에게 연구처장 명의의 메일을 보내 1인당 500만원의 교육·연구 지원금을 25일까지 지급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급 대상은 7월1일 현재 재직 중인 전임·기금 교수 1931명이다. 이번에 지급되는 지원금은 모두 96억5500만원에 달한다. 서울대는 지난해 12월에도 같은 명목으로 모든 교수에게 500만원씩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지원금은 임기 동안 교수들의 연봉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한 오 전 총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총장은 2010년 실시된 총장 선거에서 ‘교수 실질연봉 3000만원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서울대 정교수 평균 연봉은 지난해 1억200만원으로 2010년(9484만원)보다 716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2011년 법인화 뒤에도 연봉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교수들 사이에 불만이 커지자 이를 조금이나마 보전해주려 했다는 게 서울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정작 상당수 교수들은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한 교수는 “500만원씩이나 되는 돈을 두 번씩이나 모든 교수에게 나눠준 전례는 없다”며 “200억원에 가까운 큰돈의 출처가 대체 어디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지원금은 법인회계의 ‘교원 성과급·연구보조비’와 발전기금에서 절반씩 가져온 것”이라며 “발전기금은 총장 재량에 따라 쓸 수 있는 재원이라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발전기금은 장학금이나 연구 설비·시설투자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교수들에게 지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적자를 낸 서울대가 오 전 총장의 개인적인 공약 이행을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서울대는 2013학년도에 법인화 이후 처음으로 217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성낙인 신임 서울대 총장도 선거 과정에서 “교수들에게 1인당 500만원씩 ‘바우처’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이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지원금 지급 결정이 총장 선출 결과를 놓고 교수협의회와 이사회 간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교수사회의 반발을 잠재우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교수는 “총장 사퇴를 외치던 교수들이 덜컥 돈을 받자 잠잠해졌다”며 “이 돈을 모아 학생들을 위해 쓰자는 제안을 내놓아도 반응이 시큰둥하다”고 전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