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핏의 운동량 측정 액세서리 ‘샤인’(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모토로라 스마트워치 ‘모토360’, 전화가 오면 진동이 울리는 메미 팔찌.
미스핏의 운동량 측정 액세서리 ‘샤인’(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모토로라 스마트워치 ‘모토360’, 전화가 오면 진동이 울리는 메미 팔찌.
지난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대회(I/O)에서 세 종류의 스마트워치가 공개됐다. 삼성전자의 ‘기어 라이브’, LG전자의 ‘G워치’, 모토로라의 ‘모토360’이 그것이다. 기어 시리즈로 스마트워치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와 G3 등으로 선전하고 있는 LG전자가 내놓은 제품이었지만 시장의 관심은 온통 모토360에 쏠렸다. 성능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다른 두 제품과 달리 둥근 모양의 프레임과 일반 시계와 비슷한 디자인 때문이었다. 실제 모바일 전문 뉴스 사이트 ‘폰 아레나’의 선호도 조사에서 모토360은 두 제품을 제치고 80%가 넘는 득표율을 얻었다.

많은 영화가 미래의 모습을 그릴 때 은빛 금속성 옷을 입은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옷을 입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는 “웨어러블 기기의 성패는 디자인이며 얼마나 패셔너블한지가 성공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웨어러블’임을 알리지 마라

패셔너블한 웨어러블 기기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웨어러블 기기 티를 내지 않는 것이다. 모토360이 대표적이지만 올초 발매돼 마니아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스마트워치 업체 페블의 ‘페블 스틸’도 마찬가지다. 페블 스틸은 이름처럼 금속 스트랩을 사용하는 스마트워치로 외형상 일반 금속시계와 별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의 기어 시리즈 등에 비해 첨단 기능은 부족하지만 여전히 인기를 끄는 이유다.

아예 일반 시계에 스마트 기능을 추가한 제품도 있다. 프랑스 시계업체 위딩스는 소가죽 끈으로 만든 손목시계 ‘액티비테’를 내놓았다. 일반 손목시계처럼 보이지만 스마트폰과 연동해 만보기, 수면시간 계산 등이 가능하다.

아예 여성 고객을 겨냥한 액세서리형 웨어러블 기기도 인기를 끌고 있다. 미스핏의 ‘샤인’은 운동량 측정 기기다. 둥근 모양에 은은하게 빛나는 샤인은 전혀 정보기술(IT) 기기로 보이지 않는다. 목걸이나 팔찌 등 다양한 액세서리로 사용할 수 있다.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A디자인 어워드’에서 제품 부문 디자인상을 받았다.

가방에 스마트폰을 넣고 다녀 제때 전화를 받지 못하는 여성들을 겨냥한 웨어러블 액세서리도 나왔다. 링리 반지는 전화가 오면 보석처럼 보이는 LED(발광다이오드)가 반짝반짝 빛난다. 아름다운 디자인의 메미(memi) 팔찌는 전화가 오면 진동으로 알려준다.

◆패션업계 인재 빼오는 IT 기업들

웨어러블 기기에 디자인이 중요해지면서 패션업계 인재를 영입하는 IT 기업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해 앤젤라 아렌츠 전 버버리 최고경영자(CEO)와 폴 데네브 전 이브생로랑 CEO 등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어 나이키의 ‘퓨얼밴드’를 디자인한 벤 셰퍼와 스위스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의 파트리크 프루니오 부사장도 데려왔다. 올 10월 출시가 예상되는 애플의 ‘아이워치’ 디자인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구글도 최근 미국 패션디자이너인 다이앤 본 버스텐버그와 협업해 13종의 새로운 구글글라스 안경테를 선보였다. 구글글라스의 문제점으로 지나치게 첨단 기기 티가 난다는 점이 꼽혀왔다. 이번 협업을 통해 구글글라스는 일반 안경처럼 패션을 입게 됐다.

IT기업과 패션기업 간 협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크리스털 액세서리 전문업체 스와로브스키와 협력해 ‘기어핏 참’을 내놨다. 웨어러블 기기 업체 핏빗은 명품 패션 브랜드 토리버치와 협업해 운동량 추적이 가능한 ‘핏빗 플렉스’를 선보였다. 핏빗은 기존의 고무밴드 모양을 벗고 금색 팔찌와 펜던트로 다시 태어났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