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주들이 최악의 여름을 맞고 있다.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는 내수 침체 탓에 2분기 실적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백화점 대장주 롯데쇼핑, 편의점 대표주 GS리테일은 최근 ‘1년 최저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현대백화점, 롯데하이마트 등도 낮은 포복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외국인 매수에 힘 입어 2028.93으로 올해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코스피지수와 대비되는 행보다.


응답없는 유통주

코스피 연중 최고치 경신에도 더위 먹은 유통株
롯데쇼핑은 22일 장중 28만4000원까지 하락, 최근 1년 신저가 기록을 바꿨다.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심리가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이날 롯데쇼핑의 2분기 영업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줄어든 3720억원으로 예측, 목표주가를 45만1000원에서 35만원으로 낮췄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30% 가까이 주가가 빠졌지만 ‘싸다’고 말하기 힘들 만큼 여건이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편의점 진출이라는 악재를 만난 GS리테일도 지난 18일 1년 최저가를 새로 썼다. 이 종목의 연초 이후 주가 하락률은 24.26%에 달한다. ‘레드오션’으로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실적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편의점들은 매출총이익의 35%를 수수료로 받는 반면, 신세계는 일정액의 가맹비만 걷는 조건으로 점주를 모집하고 있다”며 “다른 편의점 체인 입장에서는 점주 이탈을 막기 위해 비용을 더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유통채널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신세계(-18.41%), 현대백화점(-16.46%), 이마트(-11.26%), 롯데하이마트(-21.71%), CJ오쇼핑(-10.02%) 등도 올 들어 주가가 10% 이상 빠졌다.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진한 내수 경기를 극복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주가가 오른 종목은 신규상장 효과를 등에 업은 BGF리테일, 순수 온라인 쇼핑몰인 인터파크 정도다.

하반기도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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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유통주의 ‘고난의 행군’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다 할 내수 경기 반등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5월 국내 개인 신용카드 승인액은 30조5469억원으로 작년 5월보다 1.6% 감소했다. 지난 4월 1.3% 감소에 이어 두 달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신용카드 승인액이 줄어든 것은 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통계 역시 내수 경기 회복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4.0을 기록했으며 내수 부문도 98.1로 기준선인 100을 넘지 못했다. 앞으로의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박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세월호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2분기가 유통주의 실적 저점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V자형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유통 이외의 영역에서 대안을 찾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민들의 소비여력이 떨어진 데다 업태 간 경쟁도 심화되는 추세”라며 “정부가 어떤 소비 진작책을 내놓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유통주가 반등할 만큼 드라마틱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