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고 베끼고…벤처 밥그릇 뺏는 官
서울시가 지난 21일 자가용 콜택시 알선서비스인 ‘우버(Uber)’를 불법으로 규정해 강제 차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올해 안에 우버와 비슷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직접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혀 비판이 일고 있다. 스타트업의 서비스는 막으면서 서울시가 대신 비슷한 서비스를 하겠다는 건 민간의 창의와 혁신을 방해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우버는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부르면 일반인이 모는 고급 자동차가 와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다. 이는 택시 면허가 없는 일반 운전자가 돈을 받고 손님을 태우는 걸 금지하는 현행법 위반이란 시비가 붙어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자체 택시 중개 서비스 앱을 내놓겠다는 발상에 대해선 정보기술(IT)업계의 반발이 크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법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민간이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서울시가 나서서 빼앗는 꼴”이라며 “이래선 창조경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스타트업의 밥그릇을 빼앗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타트업인 아이앤컴바인은 모르는 수학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다른 사람이 푸는 방법을 알려주는 ‘바로풀기’ 앱을 운영하고 있다. 이 앱이 인기를 얻자 서울교육청은 ‘꿀박사’라는 비슷한 앱을 내놓았다. 더 큰 문제는 꿀박사 앱에서 질문에 답변하면 봉사활동 점수로 인정해주는 데 비해 바로풀기 앱에서의 활동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아이엠컴퍼니의 학교 알림장 서비스 ‘아이엠스쿨’을 사실상 베껴 ‘학교쏙’이라는 앱도 내놓았다. 일선 학교엔 학교쏙 앱을 사용하도록 권고해 아이엠스쿨의 시장을 빼앗고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