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 펀비즈 사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팬티처럼 만든 ‘베이비앙’의 천 기저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최영 펀비즈 사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팬티처럼 만든 ‘베이비앙’의 천 기저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제가 고등학생 때 조카를 업어 키웠습니다. 긴 천 기저귀를 빨면 세탁기 안에서 엉키니까 그걸 일일이 풀어서 널고 개키는 게 제 일이었습니다.”

유아용 기저귀 및 의류 제조회사 ‘펀비즈’를 2006년 6월 설립한 최영 사장은 “어떻게 하면 친환경 제품인 천 기저귀를 좀 더 편하고 예쁘게 만들어 입힐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팬티처럼 입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형광 소재로 만든 친환경제품이기 때문에 다른 회사 기저귀보다 1.5~3배가량 비싸지만 그만큼 알아봐 주는 소비자가 많아 올해 18억원, 내년 중국을 포함해 40억원의 매출을 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실생활에서 아이디어

4녀 중 막내인 최 사장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사업을 꿈꿨다. 그는 “열일곱 살 차이가 나는 조카의 천 기저귀 빨래를 개면서 ‘왜 천 기저귀는 길고 하얀 천으로만 만들까’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막연하게나마 내가 천 기저귀를 만든다면 일회용 제품처럼 간편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소 눈여겨보던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한 최 사장은 “전에 다니던 모바일콘텐츠 업체에서 받은 퇴직금 400만원으로 창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커튼 공장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부탁해 ‘팬티 안에 넣는 형태의 박음질한 천 기저귀’ 샘플 100개를 제작했다.

최 사장은 제품 홍보를 하기 위해 엄마들이 회원으로 주로 가입하는 인터넷 카페를 찾았다. “배송비만 내면 천 기저귀를 무료로 준다”고 게시해 고객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광고성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카페에서 퇴출당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베이비앙 카페’를 새로 개설했다.

◆정직과 성실로 기회 포착

회사가 급성장한 건 창업 9개월 만인 2007년 ‘서울베이비페어’에 참가하면서다. 최 사장은 “아이의 첫 옷인 기저귀, 나아가 유아용 의류로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며 “아니나다를까 베이비페어 3일 동안 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그게 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경쟁사에서 “베이비앙은 ‘메이드 인 차이나’라서 안 좋다”는 소문을 퍼뜨리자 최 사장은 직접 기저귀 만드는 기계를 구입, 100% 자체 생산체계를 갖췄다. 소재는 ‘무형광’을 고집했다. 우연히 ‘물티슈에서 발암물질인 형광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를 접한 뒤부터다. 최 사장은 “중소업체인 베이비앙만 무형광 소재로 만들고 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월 2000만원 하던 매출이 6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에 진출

최 사장은 올해 중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중국 시장에 제대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 해 왔다”며 “올해 10월 중국 베이징에 베이비앙 1호점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종합유아유통플랫폼을 만드는 게 장기 목표”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중국 시장에 대해 잘 몰라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기업들을 도와주는 통로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10년 뒤에는 아이들이 입을 옷과 놀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토털플랫폼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키울 것”이라며 “내년엔 국내에서 30억원, 중국에서 1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고 머지않은 미래에 기업공개(IPO)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