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1일 11:16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파르나스호텔 인수전에 미래에셋, IMM프라이빗에쿼티, CXC, 홍콩계 거캐피탈 등이 주요 후보로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향후 관전 포인트는 이들의 재원 조달 능력이다. 국내 기관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점에서다. 국민연금 등 주요 출자 기관들이 국내 부동산에 부정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거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각 후보들의 장, 단점을 분석했다.

◆홍콩계 유력?
최대 관심 거리는 홍콩을 기반으로 부동산 투자로 성공을 거둔 조현호 CXC 회장과 굿윈 거 거캐피탈 회장의 대결이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만 보면 CXC는 ‘약체’ 로 분류된다. 조 회장은 지난해 콘래드 호텔를 거의 손에 쥐고서 놓쳐 버렸다. AIG 미국 본사의 주요 경영진과 직접 접촉해 매각 거래를 성사시켰지 만 결국 자금 마련에 실패해 결실을 맺지 못했다. 당시 조 회장은 신한캐피탈 등 국내 주요 금융 기관들로부터 대출 LOI를 받 아 놓기도 했다. 하지만 약 300억원이 부족해 최종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조 회장은 미쓰비시 등 수입차 사업을 하면서 수백억원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CXC의 자금 사정이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데다 콘래드 호텔 건으로 금융 기관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 ‘약체’로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CXC는 샹그릴라라는 글로벌 호텔 그룹을 끌어들여 이번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명예 회복을 하겠다는 얘기다. 샹그릴라와의 인연은 조 회장의 ‘인맥’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조 회장은 한진가 2세인 부친이 한진건설에서 물러나면서 도미해 애틀랜타에서 자랐다. 명문 사립 엔도버고와 브라운대, 와튼스쿨 MBA를 나와 아메리카(BoA) 등 미국 투자은행(IB)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뒤 2000년 아시아 주요 재벌 2세들과 아지아라는 사모 펀드 (PEF)를 설립했다. 아지아는 중국 유명 백화점과 쇼핑몰, 일본 요양 병원 체인 등에 투자했고 국내에서는 팬택 본사 빌딩과 K1 빌딩, 종로플레이스와 용인 물류 센터 등 부동산에 주로 투자했다.

조 회장과 샹그릴라와의 인연도 이같은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콘래드 호텔을 인수할 때 이미 조 회장은 샹그릴라와의 ‘합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다. 콘래드를 인수한 이후 호텔 경영을 샹그릴라에 맡긴다는 구상이었다. 샹그릴라로선 한국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터라 파르나스호텔 인수를 통해 ‘숙원’을 풀겠다는 셈법이라는 얘기다. 샹그릴라가 호텔 운영을 맡는다는 점은 국내에서 재무적 투자자(FI)를 구하는데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CXC에 맞서는 거캐피탈 역시 부동산 분야의 고수다.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KIC 등 국내 대형 출자자들을 고객으로 삼고 있다. 홍콩에 기반을 갖고 있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호텔 투자에 대한 경험도 많다. 연기금 관계자는 “주로 레지던스형 호텔을 사서 리노베이션을 통해 고수익을 창출하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마이애미 지역 내 호텔 투자로 50%에 가까운 수익률을 낸 적도 있고, 선진국 부동산 밸류애드(value-add)형 펀드의 IRR(내부수익률)이 1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거 캐피탈 역시 아지아처럼 패밀리오피스에서 출발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조 단위 재산을 가진 몇몇 가문이 연합해 만들었다. 이들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미국에서 공부했다. 호텔, 쇼핑몰 등에 대한 투자 경험이 많다는 게 특징이다. 거캐피탈의 국내 부동산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에 서울 회현동 인근 오피스 빌딩을 매입하기도 했다. 거캐피탈 역시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펀딩’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각 실패 가능성도 높아
‘토종’ 인수 후보인 미래에셋과 IMM PE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부동산 투자 경험 면에선 미래에셋이 훨씬 앞선다. 미래에셋은 자산운용을 통해 2006년 상하이 푸둥미래에셋타워 지금껏 6개의 해외 부동산에 투자했다. 호텔로는 작년에 처음으로 호주 포시즌호텔에 ‘베팅’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장녀가 호텔 경영에 관심이 많아 이를 위해 파르나스호텔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추정도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미래에셋그룹이 호텔 및 오피스 빌딩에 대한 ‘안목’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호 텔 투자 경험을 기준으로 보면 IMM PE가 가장 불리하다. 리조트와 중소 관광 호텔 운영 경력이 있긴 하지만 사모펀드 운용사로 거듭나기 이전의 일이다. 최근 현대상선 LNG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SOC 영역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부동산 투자 면에선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IMM PE는 국내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게 장점이다. 매각측인 GS건설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왔다. GS건설이 스페인 수처리업체인 이니마를 인수할 때 IMM PE는 국민연금 자금을 받아 공동 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다. 매각자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게 IB업계의 분석이다.

자금 모집에 있어서도 국민연금과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MM PE는 국민연금과 특수 관계에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 때마다 국민연금이 출자자로 대부분 참여해왔다"고 말했다. 연기금 관계자는 "IMM PE는 국내 펀드 출자자들의 성향을 가장 잘 안다"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출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 구조를 짰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파르나스 매각 성공의 최대 관건, 더 나아가 누가 최종 인수자가 될 것이냐는 기관투자자들의 동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수 후보들 저마다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기 위해 국내 연기금들을 접촉하고 있다. 하지만 호응이 뜨겁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만해도 올 들어 국내 부동산 투자 실적이 ‘제로’일 정도로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