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에 있는 돈가스 가게 ‘한스로스까스모밀’에서 18일 혼자 온 손님들이 식사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명동에 있는 돈가스 가게 ‘한스로스까스모밀’에서 18일 혼자 온 손님들이 식사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18일 낮 12시. 서울 명동성당 부근 돈가스 가게 ‘한스로스까스모밀’에 들어서자 일대 여느 식당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전해졌다. 몰려다니는 직장인들이 아니라 혼자 온 젊은 손님 20여명이 1인용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가게 한정민 지점장은 “최근 들어 혼자 오는 손님이 늘어나 1인용 테이블 20석을 마련했다”며 “알고 찾아오는 나홀로 식사족이 많아지면서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너 명이 함께 와서 수다를 떨 때보다 테이블 회전율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명동 식당가의 새로운 풍경은 솔로산업의 성장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혼자만의 소비생활과 행동에 거부감이 없는 솔로족이 많아지면서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등산·자전거…‘1인 운동·취미’ 각광

스포츠 분야에서도 솔로족이 소비를 이끌고 있다. 등산·자전거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도 혼자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라는 게 사회심리학자들의 진단이다. 삼천리자전거 판매액은 2010년 733억원에서 지난해 1107억원으로 51% 늘었다. 2010년 3조25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도 지난해 6조8900억원에 달해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커졌다.

김도균 경희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직장생활의 경쟁과 압박에 시달린 사람들이 스포츠를 할 때만큼은 등수를 매기지 않아도 되는 자전거 타기, 등산 등을 찾고 있다”며 “경기가 아닌 서비스 관점에서 접근해야 스포츠산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삼오오 손잡고 나가던 해외여행에서도 솔로족은 더 이상 낯선 장면이 아니다. TV홈쇼핑 여행상품 판매 시간에는 ‘1인 예약’ 전화 신청이 몰린다. 유럽 뉴질랜드 등 현지 체류 기간이 열흘 가까이 되는 장거리 여행도 예외가 아니다. 한 쇼호스트는 “호텔 방값을 1박에 20만~30만원가량 더 물어야 하는데도 1인 예약자가 매년 배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나만의 가치’ 찾는 솔로 상품·소비 급증

솔로족은 소비시장에도 큰 변화를 부르고 있다.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결제하는 ‘앱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증하는 데서 솔로족의 원스톱 쇼핑과 자유로운 소비행태가 잘 드러난다. 작년 6월 194억원에 그쳤던 신한카드의 앱카드 결제액은 1년 만인 올 6월 1450억원으로 7배나 뛰었다. 11번가 G마켓 등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앱카드로 결제하는 비중이 20~30%에 달할 정도다.

소포장 채소와 요리가 쉬운 간편식 판매도 늘고 있다. 혼자 산다고 라면이나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은 옛날 얘기다. 밥은 물론 웬만한 국과 찌개에 이어 삼계탕까지 라면처럼 물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신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간편식 종류는 2010년 200가지에서 올해 520가지로 늘었다. 이마트의 지난 상반기 냉동 간편식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6% 증가했다.

1인 가구용 반찬 세트의 등장도 주목받고 있다. GS25는 지난 11일 1인 가구 수요에 맞춰 ‘4종 반찬’을 선보였다. 우엉견과 무말랭이 콩조림 낙지젓갈로 구성한 세트와 연근호두 볶음김치 마늘대조림 오징어양념으로 구성한 세트를 1500원에 판다.

가전업계에는 소형화 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서는 상반기 핸디형 청소기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45% 급증했다. 세탁 용량이 3~3.5㎏으로 일반 가정용의 절반인 소형 세탁기, TV와 컴퓨터 모니터 기능을 동시에 갖춘 TV 겸용 모니터, 소형 전기밥솥 등도 인기다.

‘1인 가구’ 늘어 솔로산업 성장 지속

솔로산업의 성장은 경제적 불확실성과 핵가족화에 따른 개인주의적 성향이 압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직업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로 오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커졌다”며 “가족에게 헌신하고 대출금 상환 등에 미래를 쏟아붓기보다 자신의 현재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장래 가구추계’는 솔로 이코노미의 성장 지속을 예견하고 있다. 2010년 23.9%였던 1인 가구 비율은 2035년 34.3%까지 상승이 예상된다. 세 집당 한 집이 1인 가구인 ‘혼자 사는 미래’가 온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소비시장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39세 이하 1인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이 이미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1인용 포장’을 넘어 품종 개량을 통해 미니 채소와 과일을 내놓고 있는 일본 사례를 빠르게 좇아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소비지출 규모는 2010년 60조원(11.1%)에서 2020년 120조원(15.9%), 2030년 194조원(19.6%)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솔로족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지훈/유승호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