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해결 '뉴 솔로族', 소비 생태계 바꾼다
직장인 박경환 씨(36·미혼)는 피규어(모형 장난감) 모으기가 취미다. 얼마 전에는 휴가를 내고 일본 오사카 덴덴타운으로 날아가 애니메이션 ‘원피스’ 피규어 세트 200만원어치를 샀다. 그의 차는 5400만원을 주고 뽑은 BMW 3시리즈다. 하지만 집은 월세 오피스텔이다. 대출로 집을 사 이자를 갚다 보면 차 유지비나 피규어 수집에 지장을 받을 것이란 생각에서 월세를 선택했다. 혼자 살다 보니 식사는 배달 앱을 이용해 주문할 때가 많다. 기프티콘 등 할인 혜택이 많은 데다 침대에서 스마트폰만 클릭하면 되기 때문이다. 장보기는 퇴근길에 쇼핑몰 앱에 접속해 한 방에 끝낸다. 집까지 배달해 줘 불편이 없다.

온라인과 모바일에 능숙한 이른바 ‘솔로(SOLO)’족이 많아지면서 소비시장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SOLO족이란 독립적이고(self), 온라인에 능하며(online), 자유를 중시하고(liberty), 한번에 구매하는 것을 선호(onestop)하는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다. 주로 미혼 등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

주택·식품·패션 등 여러 분야에서 솔로족은 소비의 주력부대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내수 침체의 돌파구를 모바일 쇼핑에서 찾고 있다. 롯데마트몰의 지난해 모바일쇼핑 매출은 2010년의 5.2배에 이른다.

주요 온라인쇼핑몰에서 앱카드의 결제 비중이 30%를 넘나드는 데서도 솔로족의 진격을 잘 알 수 있다.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결제하는 ‘앱카드’의 지난 6월 결제 비중(신한카드 기준)은 티켓몬스터에서 31.9%, 11번가에서 30.8%에 달한다. GS숍과 G마켓에서도 각각 29.0%와 19.4%다.

혼자 먹어도 남지 않는 소포장 채소와 손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의 판매 증가도 뚜렷하다.

롯데마트에서는 파인애플 멜론 등을 절반 이하로 잘라 판매하는 ‘조각 과일’의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64% 급증했다. 같은 기간 깻잎 한 단, 양파 반쪽 등 ‘간편 채소’ 판매도 180% 늘었다. 전체 과일과 채소 소비가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고가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소득 수준에 비해 높은 소비 성향을 보이고 여가 활동에 적극적인 솔로족의 등장은 소비시장을 넘어 경제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유승호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