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기업 들볶는데 청년 일자리 풀릴까
청년층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1.4%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청년정책연구센터가 전국의 20대 대학생을 면접조사한 결과다. 조사대상 1695명 중 24명만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연일 발표되는 청년고용 통계를 보니 이해가 된다. 졸업 후 백수로 떠도는 기간이 평균 1년으로 늘어났고 어렵게 잡은 첫 직장도 금방 그만둬 평균 근속기간은 1년3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청년층 고용률은 40.5%로 일하는 인원이 절반도 안 된다.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보다 더욱 나쁜 상황이다.

취업용 스펙 쌓기와 졸업예정자로 버티기 휴학이 늘어 대학 재정도 엉망이다. 재학연한은 길어지고 취업 면접 대비용 성형수술도 유행이다. 정말 힘든 청춘이다. 대통령이 인기 있을 리 만무하다.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확산된 ‘대기업 혐오증’을 등에 업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지배구조·사업범위·자본조달 등 다방면에서 대기업을 압박했다. 일자리 만들기 투자에 세계 각국이 혈안일 때도 우리는 출자총액을 제한하는 등 투자를 가로막는 자학적 규제를 확대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했던 이명박 정부도 대기업 들볶기에 가세했다. 초과이익공유제를 들고 나와 시끄러웠고, 일부 사업에 대기업 접근을 금지시키는 중소기업적합업종을 관철했다. 검찰도 대기업 수사에 열을 올렸고 4~5년 묵은 사건을 새로 꺼내 복잡한 혐의를 씌워 기업인을 구속했다. 박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에 내세운 경제민주화 구호의 코스트도 컸다. 과거 정부가 엄두를 내지 못했던 순환출자금지 입법이 순식간에 처리된 것이다. 신규분에 한해 금지했지만 기존 출자구조 변경도 어렵게 됐다.

일부 시민단체가 ‘착한 기업’이라며 치켜세웠던 신진 그룹도 견딜 수 없었다. 안랩의 안철수 대표는 경영에서 손을 떼고 정치권으로 옮겼다. 박병엽의 팬택은 기업회생절차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채권은행의 골칫거리가 됐다. 윤석금의 웅진도 분해돼 일부 계열사만 남고 팔려 나갔다. 경영자상을 쓸어 담았던 강덕수 STX 회장도 전 재산을 잃고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외환위기 고비도 잘 넘겼던 10위권 대기업도 무사하지 못했다. 건설업에 잘못 끼어든 LIG는 손해보험도 포기하고 두 손 들었다. 동양그룹은 계열 증권사를 통해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대량 매각해놓고 쓰러졌다. 동부그룹도 풍전등화다.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그룹의 부채비율은 급속히 치솟아 현대그룹 541%, 한진그룹 452%다. 채권은행에 생사를 맡기는 대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익독점으로 질시를 받아왔던 삼성, 현대자동차와 SK도 어려워졌다. 이건희 회장 건강문제로 힘든 상황에서 휴대폰 판매도 부진하다. 신규 순환출자금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 순환출자 정리에 나섰는데 소요 자금이 엄청나다. 다른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을 매입해 자사주로 소각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를 끊어야 한다. 자사주 소각으로 자본총계가 줄어들면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자금조달 코스트가 올라간다. 현대차는 생산성에 비해 감당하기 어려운 임금 수준 때문에 국내 생산을 늘리지 못한다. 최태원 회장이 해를 넘겨 수감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SK 상황도 암울하다.

새로 취임한 최경환 부총리가 내놓은 처방은 기업이 배당과 인건비를 더 풀도록 유도해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야권에서 계속 거론하고 있는 유보이익에 대한 과세도 검토할 태세다. 회계상 유보이익과 보유현금 관계를 혼동한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주식은 극히 일부 계층만 보유하고 있고 이미 높은 급여를 받는 우량 대기업 임직원에게 돈을 더 안기면 사회적 갈등만 증폭될 것이다.

자금 여유가 있는 기업이 투자에 나서도록 규제를 혁파하고 획기적 화합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대기업이 투자 집행을 통해 고용을 확대해야 청년실업 참상이 해결된다. 박근혜 정부의 성패가 청년 일자리에 달려 있음을 명심하고 기업 투자 끌어내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경영학 교수 leemm@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