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SW산업, 세계시장 뚫자
최근 KT경제경영연구소가 국내 정품 소프트웨어(SW) 사용률이 1% 늘어나면 국내총생산(GDP)이 1조6000억원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정품SW 사용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얘기이지만, SW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세계적으로도 SW산업의 성장은 두드러진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0대 기업 중에서 SW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후반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34%에 달하고, 하드웨어(HW)기업이 SW기업으로 변화를 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후지제록스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복사기와 프린터를 제조하는 데 머물지 않고 문서관리 솔루션 SW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IBM, 인텔 같은 전통적인 HW기업들도 SW사업으로 영역을 넓히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살아남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해외기업들이 발빠르게 SW시장을 선점하는 동안,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의 SW산업은 얼마나 나아갔을까. 안타깝게도 성적표는 초라하다. 세계 100대 SW기업 중 한국 기업은 전무한 실정이고, SW를 포함한 컴퓨터 서비스 수출액은 세계 시장의 0.3%에 불과하다. 아시아권에서는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마이클 홀리 전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교수는 “한국 산업의 최대 약점은 SW산업”이라는 뼈 있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국가적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고부가가치산업인 SW산업 육성은 시급한 과제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들은 세계 SW시장의 1%에 불과한 한국 시장 안에서 파이가 커지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99%의 세계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필자는 한국의 기술력과 창의적 아이디어는 세계 시장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훌륭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갖고도 해외 네트워크 형성이나 현지화, 마케팅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외진출에 실패하는 기업들을 부지기수로 봤다. 기업의 자구적인 노력이 최우선이겠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또한 필수불가결한 이유다. 특히 중소규모 기업의 비율이 높은 SW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SW 혁신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선도형 SW 연구개발(R&D) 추진계획도 발표했다. 과거 5년간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자된 정부 R&D 성과와 관련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기초 원천 연구는 대학이, 국가 혁신형 중장기 대형과제는 연구소가 주도하고 유망신기술과 선도기술의 상용화 분야는 기업 주도로 기술개발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세계 SW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글로벌 톱3 이내 기업을 지향, 지원하겠다는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 등의 정책은 SW 기업인으로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25년간 국내 SW산업의 역사를 써 온 한글과컴퓨터도 일찌감치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올해는 세계적인 전문기업 300개를 육성하기 위해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사업인 ‘월드클래스300’에도 선정돼, 해외진출을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최근에는 ‘글로벌 혁신 IT그룹’이라는 비전 아래 2018년까지 그룹 매출 1조원이라는 목표를 수립하고, 세계적인 기업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제 우리 SW기업이 경쟁을 펼칠 무대는 한국이 아니라 세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준비해 온 정부의 지원정책이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 만큼, 국내 SW기업들의 적극적인 도전정신이 조금씩 결실을 보기를 바라며, 머지않아 세계 100대 SW기업 리스트에서 한국 기업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홍구 <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