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발견된 폐렴구균의 80%는 세 가지 이상의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이른바 ‘다제 내성(耐性)균’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폐렴환자 폐렴구균의 혈청형 분포 및 항생제 내성 현황’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3년 폐렴 환자의 객담(가래)에서 분리한 폐렴구균 109건을 정밀 분석한 결과, 79.6%가 3종 이상의 항생제에 동시 내성을 보이는 ‘다제 내성균’으로 분류됐다.

개별 항생제 내성률은 에리트로마이신(84.3%), 아지트로마이신(83.3%), 테트라사이클린(78.7%), 메로페넴(73.1%), 클린다마이신(68.5%), 트리메소프림-설파메톡사졸 복합제(57.4%)가 모두 50%를 넘었다.

최근 나온 3세대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인 세파클러(79.6%), 세프록심(63.0%), 세페핌(46.3%), 세프트리악손(28.7%), 세포탁심(25.9%) 내성률 역시 낮지 않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 항생제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세균은 자신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항생제에 맞서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항생제 약효를 피해가는데 이를 내성이라고 한다”며 “내성이 생길수록 쓸 수 있는 항생제가 줄어들어 치료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률 증가로 폐렴 치료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폐렴 입원 환자의 6~15%가 초기 항생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세 가지 이상의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배송미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센터 연구원은 “다제 내성균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