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많은 기업들, 해외주재원 활용법 몰라"
“상당수 기업이 해외주재원의 경험을 회사 자산으로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글로벌 5위 서치펌(헤드헌팅사)인 DHR인터내셔널 코리아의 필립 티로 대표(55·사진)는 “해외주재원이 귀국 후 1~2년 내에 퇴사하는 비율이 최고 25%에 달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를 방치할 경우 기업들은 전문화된 글로벌 인재를 잃을 뿐 아니라 그들의 전문성을 다른 기업에 고스란히 넘겨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년 전 한 임원급 해외주재원의 고충을 듣고 앞으로 해외주재원의 귀국 후 진로문제가 기업들의 큰 이슈가 될 것 같아 조사를 시작했다는 티로 대표를 지난 10일 서울 을지로의 DHR인터내셔널 한국사무소에서 만났다. 1987년 헤드헌팅업을 한국에 도입한 그는 26년간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 임원급 서치를 담당하고 있는 ‘서치 컨설턴트’다. 프랑스 태생인 그는 한국에서 30년간 생활했다.

해외주재원 100여명의 고충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파견생활 중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모국과의 교류 단절’(27%)인 것으로 나타났다. 티로 대표는 “특히 한국인은 귀국 후 자신의 진로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크다”며 “향수병이나 음식 부적응 문제는 의외로 적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승진, 조직 개편 등 국내 정보를 주기적으로 보내 해외 근무자의 진로문제를 해결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기적인 뉴스레터 발송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 “출국 전에 명확한 업무를 주고 이를 달성할 땐 승진할 수 있다고 ‘분명히’ 이야기해 준다면 회사와 주재원이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파견과 귀국 후 계획에 대한 회사 입장 설명이 해외 파견자의 경험을 가치 있게 활용하는 비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파견자의 또 다른 고민은 ‘가족문제’(17%)였다. 티로 대표는 “응답자의 30%가 가족문제로 파견업무를 중단하고 귀국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측할 수는 없지만 부모를 모시는 문제 등 가족에 대한 지원 논의가 출국 전에 이뤄진다면 주재원의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귀국 후 고충과 관련, 응답자의 34%는 파견 기간에 후배와 동기들은 승진하거나 요직을 차지한 반면, 파견자는 귀국 후 비슷한 업무를 맡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답했다. 또한 승진자는 25%에 불과했으며, 60%는 퇴사해 타사로 이직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티로 대표는 “해외주재원의 귀국 후 업무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연성을 높여 해외 경험자들이 복귀 후에도 다양한 직무에서 그들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이직률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원급 서치 전문가로서 티로 대표는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내놓았다. “명함을 주고받는 문화를 지닌 한국인들은 퇴사 후 구직기간을 상당히 불편하게 생각해요. 최대한 빨리 어디든 일할 곳을 찾으려는 조급성을 버리고 그동안의 경력을 잘 활용할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