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삼앙동 팬택 사옥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 이준우 팬택 대표(앞 열 가운데), 박창진 마케팅본부장(맨 오른쪽), 문지욱 중앙연구소장(왼쪽)이  참석, 이통 3사에 출자전환 참여를 공식 요청하고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10일 삼앙동 팬택 사옥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 이준우 팬택 대표(앞 열 가운데), 박창진 마케팅본부장(맨 오른쪽), 문지욱 중앙연구소장(왼쪽)이 참석, 이통 3사에 출자전환 참여를 공식 요청하고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 김민성 기자 ] "다시 한번만 기회를, 눈물로 호소드립니다."

10일 오전 10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준우 팬택 대표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회견문을 읽어내렸다.

그러나 그 내용만큼은 처연했다. 이동통신사와 채권단에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읍소가 두 차례, "눈물로 호소한다"는 표현은 한 차례 나왔다.

사죄 표현은 네 차례나 나왔다. "사죄의 말씀부터 올린다", "무릎 꿇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 "고객 여러분께 죄송하다", "협력업체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등 바닥까지 몸을 낮췄다. 회사가 풍전등화로 내몰린 책임이 전적으로 경영진에 있다는 점도 수차례 강조했다.

이 대표 및 박창진 마케팅본부장(부사장), 문지욱 중앙연구소장(부사장) 등 핵심 경영진이 모두 고개를 숙인 이유는 팬택이 현재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끝자락을 부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다시 기회를 달라고 눈물로 요청"한 상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다. 회사 부실화는 전적인 자신의 책임이라고 인정한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이동통신 생태계가 존속할 수 있도록 국내 이동통신사가 채권단의 출자전환 제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길 간절히 호소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오는 14일까지 국내 이통 3사가 팬택 채권 1800억 여원을 출자 전환하지 않을 경우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선다. 1800억 원은 팬택이 이통사에 지급해야할 판매 장려금이다. 출자전환은 이를 현금 대신 지분으로 이통사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10일 오전 10시 팬택 사옥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장에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만큼 수많은 취재진이 참석했다. 사진= 김민성 기자
10일 오전 10시 팬택 사옥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장에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만큼 수많은 취재진이 참석했다. 사진= 김민성 기자
그러나 이통사가 이를 공식 거부하면 팬택은 채무를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맞는다. 부도 발생 전 기업정상화 과정인 워크아웃은 종료되고, 향후 기업 존속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채권단은 지난 4일 이통사 동참을 조건부로 내걸고 팬택의 채무 상환을 8일까지 미뤘다. 하지만 8일까지도 이통사가 팬택 출자전환 참여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자 14일까지 기일을 재연기했다.

팬택 경영정상화 방안 존폐는 이제 이통사 손에 달렸다. 현재 팬택 부채는 9900억 원 규모로 자본잠식 상태다. 이통사가 출자전환을 망설이는 이유는 사실상 되돌려받기 어려운 돈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팬택 정상화에 무상감자(10 대 1)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상감자를 하면 1800억 원 대부분은 팬택에 대한 순수한 지원 성격 자금으로 돌변한다. 채권단은 자신들도 3000억 원을 출자전환하는만큼 이통사도 '고통 분담'에 참여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연 배경에 대해 "지금까지의 기류를 보면 이통사가 출자전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며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팬택의 절박함을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설명했다.

워크아웃을 관장하는 채권단이 있는 상황에서 이통사와 직접 협의도 못해봤다고 덧붙였다. 단말 거래 채널은 열려 있지만 채권단과 이통 사업자 간 결정 사안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탓에 대화 시도조차 못해봤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법정관리가 아닌 워크아웃을 통해 반드시 경영을 정상화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그는 "워크아웃 경영정상화 방안대로 가면 독자 생존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며 "현재 외부 투자 유치 제안도 있기 때문에 1년 뒤에는 정상화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법정관리를 반드시 피해야하는 이유도 언급했다. 우선 팬택 브랜드 가치 훼손 문제다. 팬택이 부도를 맞을 경우 팬택 제품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가 급증하는 탓이다. 이 경우 신제품 출시 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 재고 약 50만 대가 일제히 악성 재고로 돌변할 수 있다.

다른 이유는 협력업체와 직원 피해였다. 현재 팬택과 협력업체 550여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7만여명. 팬택이 부도를 맞을 경우 팬택만 바라보는 협력사 도산도 불 보듯 뻔하다. 7만여 직원과 그 가족들의 생존 문제가 이통사 결정에 달렸다는 절박한 호소였다.

이 대표는 "이대로 팬택이 사라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도와달라"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30여분 간의 '길고도 짧았던' 기자회견은 다음과 같은 말로 끝맺었다.

"여러분께서 주신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팬택과 협력업체 구성원이 소중한 삶의 터전을 유지함은 물론, 국가 경제 발전에 계속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기를 눈물로서 호소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글·사진=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