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출연硏 개혁, 연구현장서 찾아라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위한 ‘연구 신(新)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의 낮은 생산성은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컨설팅업체 ADL은 출연연의 생산성이 낮은 요인을 ‘상위 거버넌스’의 문제로 지적했고, 정부도 연구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를 출범시킴으로써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출연연 연구원들은 변화에 대한 준비가 돼 있고 또 변하고 있다. 출연연 연구원 대다수는 변화에 대한 당위성에 공감하고 있다. 과학자·기술자 집단은 과학과 기술을 탐구하고 개발하는 전문가들이다. 과학과 기술 그 자체가 이미 발전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에 대해서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연구기관의 변화는 연구자가 변해야 이뤄질 수 있다. 이는 톱다운 방식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동안의 모방형 연구에서 선도형 연구로 전환할 세계적 결과물들을 창출하고자 한다면 ‘연구의 자유도’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어떤 이는 소위 ‘묻지마 연구’도 5~10% 정도는 필요할 것 같다고 주장한다. 연구의 자유도를 높여 획일적인 틀에서 탈피하는 유연한 경영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기존 틀에서 벗어나는 발상의 대전환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세계적인 선도형 연구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창조적 연구, 융복합 기반 연구의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출연연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평의원회’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과학, 산업, 정치, 언론과 같은 다양한 배경의 100명 규모 자율협의체인 평의원회를 두고 있다. 연구소의 이사회는 정관승인, 이사장 선출, 예결산만 결정하고 나머지는 연구자, 사업단장 및 기관장의 자율 경영에 맡기고 있다. 또 평의원회는 하부 연구소의 신설과 폐지, 위원 및 연구소장(본부장)의 임명 및 연간 예산 심의·결산 등을 의결한다. 이사회의 주요 역할은 연구기관과 대중 사이의 신뢰를 돋우는 것으로, 이번에 새로 발족한 통합연구회 이사회도 연구의 지원 및 진흥 기능을 중심으로 운영해 옥상옥 구조의 관리기관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1월 후보시절 연구원 정년환원 검토 등을 담은 선거공약을 내세웠다. 지난해 1월 과학기술계 신년인사회에서는 “마음 놓고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국정과제(16-4호)로 ‘과학기술인 연구 몰입환경 조성’을 약속했다. 이를 수행한 당국자는 지난 1년6개월간 약속이 제대로 실행됐는지 점검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이행돼야 연구 현장에서의 신뢰 회복과 더불어 소통의 출발점이 될 것이며, 나아가 쌍방의 신뢰를 굳건히 해 대한민국의 미래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창의적 연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연구 몰입환경이 필요하다. 그런 연구환경에서야 파급효과가 큰 보다 질 높은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과학기술인 연금 추진 등과 같은 복지대책 외에도 결과에 조급해하지 않고 적절한 연구시간을 투입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그동안의 시험적 추진 결과가 말해주듯이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출연연의 변화에 대한 해답은 연구현장에 있다. 새로 출발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평의원제도 도입 및 과학기술연구회의 옥상옥 배제 등과 같은 의견들이 연구현장으로부터 얻어졌음을 알아야 한다. 출연연의 혁신은 현장의 의견을 존중하는 소통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오영제 < 출연硏 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장 youngjei@kist.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