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추진속도 따져보니…하반기엔 2620가구만 이사…전세대란 내년이 무섭다
올 하반기 서울 강남 지역의 재건축 이주에 따른 전세 수급난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구’의 하반기 재건축 이주 가구는 2620가구로 작년과 비슷한 데다 강남권에 대체 입주 단지가 상당수 개발돼서다. 하지만 2016년엔 재건축에 따른 예상 이주 가구가 1만4000가구를 넘을 것으로 예상돼 강남권 임대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주택산업연구원은 9일 ‘서울시 재건축 이주수요 추정과 정부의 대응방안’이란 이슈리포트를 통해 올 하반기 강남4구 재건축 이주수요를 2620가구로 추정했다.

재건축 인허가상 관리처분계획 이후 이주가 이뤄지는 것을 고려할 때 연내 이주수요에 영향을 주는 강남4구 재건축 단지는 3만5064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구 중 올해 예상 이주물량은 10%가량인 3355가구(상반기 735가구·하반기 2620가구)로 예상됐다. 하반기 이주 물량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초구 1159가구, 강동구 800가구, 송파구 545가구 등이다.

재건축 이주 규모는 사업 마지막 단계인 관리처분 인가가 났으나 일부 가구가 이주하지 않고 있는 단지, 착공 단계에 있지만 아직 이주가 진행되지 않은 단지 등을 중심으로 사업 진행과정을 감안한 추정치다.

연구원은 올해 강남4구와 성남 하남 등 인근 지역에서 아파트(6624가구)와 다세대주택 등 비(非)아파트 주거시설(7465가구)의 신규 입주 물량이 많아 재건축 이주가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 추진 단지 주변으로 국지적인 전세난은 있겠지만 서울 전역에 미칠 강남발 전세난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과 2013년 강남권은 상반기에만 전셋값이 5~6%대 상승했고 지난해 하반기 송파는 10%대 상승폭을 보였다. 하지만 올 상반기 서초는 3%대, 송파는 1%대 상승폭으로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강남 재건축 추진속도 따져보니…하반기엔 2620가구만 이사…전세대란 내년이 무섭다
연구원은 내년 8114가구, 2016년 이후 1만4674가구 등 내년부터는 강남권 재건축 이주물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서울시 등과 협조해 재건축 이주 시점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신규 입주 물량과 전셋값 동향 등을 수시로 점검해 임대시장 불안 요인을 미리 막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내년 초부터 이주가 시작될 예정인 상일동 고덕주공2단지 인근 태평공인 관계자는 “최근 고덕리엔파크(전용 84㎡)는 일부 집주인이 전셋값을 1000만~2000만원 높이는 등 국지적으로 불안한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부터 강남4구에 재건축발 전세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재건축 이주수요를 적절하게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찬율 서울시 주택정책팀장은 “현행법상 2000가구 이상의 재건축 단지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속도를 일부 조정할 수 있는 만큼 개별 조합 및 해당 구청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추진속도 따져보니…하반기엔 2620가구만 이사…전세대란 내년이 무섭다
김진수/문혜정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