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쟁도 가능하다" 외친 일본
일본은 지난 1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각의(閣議) 결정을 했다. 한국과 중국은 강력 반발하지만 미국은 환영하고 있다. 원래는 1946년 공포된,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금지한 평화헌법(헌법 9조)까지 개정할 요량이었지만 이에 대한 일본 국민의 찬동여부가 불투명하다 보니 일본 우익들이 지금까지 해 온 방법대로 헌법의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의에 공명당은 반발했고, 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보름 정도 늦춰 발표한 것으로, 세 가지 요건이 추가됐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장치는 마련한 셈이다. 공명당을 설득하기 위해 추가한 세 가지 요건은 △밀접한 국가가 무력공격을 받았을 경우 △명백한 안보위협이 있는 경우 △무력의 한정적 사용이라는 점이다. 문구가 모호하지만 분명한 것은 군사력 사용이 용인됐고, 전쟁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맥아더 장군이 1945년 일본을 항복시키면서 일본이 절대 전쟁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던 꿈이 69년 만에 물거품이 된 셈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게 된 데에는 세 가지 배경 요인이 있다. 첫째, 아베라는 극우성향의 인물이 일본을 이끄는 총리라는 점이다. 아베는 2006년 1차 총리 시절 차관급에 불과한 방위청을 장관급의 방위성으로 승격시킨 인물이다. 장관급의 방위성은 독자적으로 예산을 꾸릴 수 있기 때문에 총리실이라는 걸림돌을 거쳐 국회로 예산을 제출해야 하는 차관급의 방위청과는 다르다. 군사 대국 일본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은 아베라는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둘째,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중국이 공격할 경우 미국이 개입한다는 보증을 받은 셈이다. 얼핏 보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 내용 중에 일본과 밀접한 국가 즉 미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공격받으면 일본이 협력한다고 돼 있는데 일본 군사력의 해외전개를 허용하는 것을 뒤집어 보면 센카쿠 분쟁에 미국이 반드시 참전해야 한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에 대한 일본의 외교적 승리다. 미국은 태평양 제해권 유지를 위해 도움이 필요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환영하고는 있지만 그 속내는 쓰리다고 할 수 있다. 영토문제의 경우 미국은 해당국이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셋째, 일본이 늘 말해 온 그레이 존(회색지대)에 대한 해결을 본 셈이다. 만약 중국의 어선이 태풍을 만나 센카쿠에 상륙하면 현재의 법 해석으로는 한국의 해양경찰청에 해당하는 해상보안청이 대처하게 돼 있는데 이번 결정으로 해상자위대가 직접 관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한국을 돕기 위해 자동으로 무력 개입하게 돼 있는데 이 경우 일본이 미국을 도와 한국에 상륙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야 한다. 둘째, 한국이 외교적으로 동북아의 긴장완화와 평화유지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센카쿠를 둘러싼 중·일 간 갈등은 무한대의 군비경쟁으로 내달리고 있고, 그 가운데 끼여 있는 한국도 적지 않게 군비경쟁에 휘말리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북핵을 막기 위한 6자회담과는 별도로 동북아에 요동치고 있는 재래식 군비경쟁을 줄이고 경제적 번영을 위한 평화적 대화체제를 제안하는 선도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정치,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한 한국은 동북아 번영을 이끌 자격과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김경민 < 한양대 국제정치학 교수 kmkim0828@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