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열리는 2014세계수학자대회 박형주 조직위원장 "산업과 세상을 바꾸는 힘…수학이죠"
“수학이 산업과 세상을 바꿉니다. 첨단 과학과 기술은 수학으로 통하니까요.”

‘수학 월드컵’인 2014 세계수학자대회(ICM) 조직위원장 박형주 포스텍 교수(사진)는 1일 이렇게 말했다. ICM은 오는 8월13~21일 서울 코엑스에서 국내 처음으로 열린다. 1897년부터 4년마다 열린 유서 깊은 행사로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시상하고 세계적인 석학들이 새로운 수학 이론을 선보인다. 박 교수는 “수학자 출신의 세계적 펀드매니저인 제임스 사이먼스의 국내 첫 강연 등 수학의 응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도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 행사 유치위원회는 국제수학연맹(IMU) 내 한국의 위상이 올라간 것을 계기로 2007년 만들어졌다. 70개국을 정기회원으로 두고 있는 IMU는 각국의 수학 발전 수준을 평가해 차등 표결권을 부여한다. 현재 캐나다 미국 등은 5개 표결권을 갖는 5군, 알제리 등은 1군이다. 박 교수는 “한국은 1993년 2군으로 올라간 뒤 13년 동안 머물다 2007년 4군으로 승급됐다”며 “1919년 연맹 창설 이후 한 번에 두 단계가 올라간 건 처음이라 이 경사스러운 일을 이어가고자 ICM 행사 유치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27차 ICM 유치 경쟁국은 브라질과 캐나다였다. 한국과 같은 ‘4군’ 국가인 브라질은 아직 남미에서 한 번도 ICM을 연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캐나다는 앞서 두 번이나 ICM을 연 5군 국가로서 경험을 내세워 유치전에 나섰다. 박 교수는 한국이 외국 수학자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수학 수준을 급성장시켰다는 점을 증명했다. “개발도상국의 열악함을 내재적으로 극복하고 수학, 산업 분야에서 큰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개발도상국 수학자 1000명을 초청하겠다는 계획도 보여줬죠. 결국 IMU가 한국 손을 들어줬어요.”

그는 2010년부터 조직위원장을 맡아 행사를 준비해왔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 UC버클리대에서 수학 석사, 박사(전공 대수기하학)를 마쳤다. 2004년부터 고등과학원(KIAS) 교수로 5년 동안 일하다 2009년 포스텍으로 옮겼다. 디지털신호처리이론 등 수학의 산업적 응용이 그의 주 관심사다. “미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수학자들이 늘고 있어요.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이나 애니메이션의 해상도 조절 알고리즘이 수학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검색엔진으로 성공한 것도 두 창업자(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가 새로운 수학적 알고리즘을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내가 원하는 검색 결과를 찾도록 수학을 이용해 검색엔진을 바꾼 거죠.”

대회 유치 활동부터 조직 운영까지 7년을 일하다보니 정부가 세 번 바뀌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부서하고 담당자가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고, 어렵게 따낸 예산이 절반 조금 넘게 삭감되고… 돌이켜보면 힘들었네요. 하지만 학자들이 개인적으로 기부하거나 기업들이 도움을 줘 가까스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번 행사로 국내 수학, 기초과학의 수준과 위상이 훨씬 높아질 겁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