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여성부의 뒷북 위안부 백서
여성가족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조사한 종합 보고서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일본이 위안부의 군 개입을 부정하는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를 발표한 지 1주일이 지난 시점에서다. 보고서는 일본이 올해 초 고노담화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던 때부터 계획했다.

그러나 본격 착수한 것은 일본의 도발이 있고 나서다. 정부 대응 차원에서 서두른 기색이 역력하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여론에 못 이겨 수동적으로 방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고서는 4권 분량으로 내년 7월 나올 예정이다. 제작 기간에 비해 내용은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 규모와 실상을 기술하고 참사 현장을 보여주는 시각 자료를 담는다고 한다. 이런 기본적인 내용의 보고서가 여태껏 없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일본이 고노담화 작성 경위에 의문을 제기할 때 이 보고서를 증거로 들이밀었다면 어땠을지 아쉽다.

정부는 이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이제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실태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한다고 한다.

‘뒷북’ 보고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보고서가 나오는 1년의 시간은 일본 정부가 만든 ‘고도담화 검증 보고서’ 영문판이 전 세계에 배포되고도 남을 기간이다. 보고서 제작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배포하고 국제사회에 오해가 없도록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들이 고령인 만큼 증언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도 이유다.

정부는 이미 2012년부터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위안부 문제를 증명할 4만5000건의 사료를 조사했다고 발표했다.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보완해 나간다면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단순히 일본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일본군 위안부의 진상을 알리고 일본의 책임을 요구하는 문서가 돼야 한다. 다시는 위안부 검증 논란이 일지 않도록 반박할 수 없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과제다. 더 이상 위안부 피해자들이 상처입지 않도록 정부가 선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전예진 정치부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