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암병원 흉통클리닉 의료진이 고령인 대동맥 판막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없이 스텐트로 시술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제공
고려대 안암병원 흉통클리닉 의료진이 고령인 대동맥 판막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없이 스텐트로 시술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제공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을 느낀 81세 남성 A씨. 호흡도 힘들고 온 몸에 기가 빠지는 느낌이 들었던 그는 고려대 안암병원 흉통클리닉을 찾았다. 고령에 따라 대동맥 판막에 칼슘이 침착돼 나타나는 ‘석회화’로 판막이 좁아지고 열리지 않는 대동맥판막협착증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이 필요했지만 나이가 많아 위험성이 높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환자와 보호자가 수술을 반대했다. 결국 의료진은 대퇴동맥을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시술로 치료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을 받아 호전됐다.

고대 안암병원 흉통클리닉에는 임도선·유철웅·홍순준 교수팀을 비롯해 흉부외과 정재승 교수, 순환기내과 박성미 교수, 영상의학과 황성호 교수, 마취과 최성욱 교수로 이뤄진 TAVI팀이 있다. TAVI는 수술 없이 스텐트로 대동맥판막을 치환해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뜻한다.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에 성공하는 등 앞으로 고령 심장질환자의 치료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란 심장에 위치한 대동맥 판막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대동맥 판막이 좁아지면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이 이동하는 과정에 장애가 발생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심장이 더욱 강하게 수축해 결국 심장근육이 비대해지고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흉통 및 호흡 곤란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2년 내 사망할 확률이 50% 이상이다.

기존에는 가슴을 절개하고 심장을 정지시킨 후 인공판막으로 치환하는 수술을 했다. 하지만 퇴행성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부분 고령인 데다 다른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에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수술 위험성이 너무 크거나 수술할 수 없는 상태여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고대 안암병원에서 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은 가슴 절개 없이 치료하기 때문에 심장을 열거나 판막 자체를 제거할 필요가 없는 혁신적인 치료 방법이다.

수술 전 TAVI팀이 모두 참여한 상태에서 수차례 회의를 통해 철저한 계획과 검토를 한다. 시술 도중 심장초음파 전문가(박성미 교수)의 확인과 만약에 사태에 대비한 흉부외과(정재승 교수)의 뒷받침도 반드시 필요하다.

시술은 대퇴부(허벅지) 혈관을 따라 풍선을 판막까지 집어넣은 후 좁아진 판막 사이를 풍선을 부풀린다. 인공판막을 대동맥 판막에 적절히 고정해 치료하기 때문에 전신 마취를 하지 않아도 된다. 가슴 절개에 따른 여러 가지 합병증 및 위험은 물론 장기간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일도 피할 수 있다.

대퇴부 혈관 상태가 안 좋은 경우 앞쪽 가슴을 5㎝가량 절개한 뒤 같은 방법으로 가는 관(카테터)과 풍선을 이용해 대동맥 판막 치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유철웅 고대 안암병원 흉통클리닉 교수는 “기존에는 수술 위험성이 너무 커서 수술을 포기하고 심한 심부전 증세로 고생하다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TAVI는 고령 환자들에게 수술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시술”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