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의 맞춤교육 덕에…창업 아이템 찾았다"
“한국 사람들이 패션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지 몰랐어요.”

프랑스 에덱(Edhec) 비즈니스스쿨에 재학 중인 아이칵 멜리사(21·여)는 최근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한국에서 패션 기업을 창업하는 것이다. 그는 연세대 글로벌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수하기 위해 지난 2월 한국에 왔다. 처음 한국을 찾은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패션’이었다. 한국인들의 옷차림은 패션 본고장인 프랑스 못지않게 개성이 넘쳤다. 바쁘게 살면서도 외모를 가꾸려는 한국인들의 노력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멜리사는 얼마 전부터 한국과 프랑스 문화를 접목한 패션 기업을 구상하고 있다.

“그동안 생각했던 창업 아이디어를 수업시간에 발표했는데, 동료들의 평가가 좋았어요. 나중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패션 사업을 벌일 계획입니다.”

그를 포함한 에덱 비즈니스스쿨 학생 14명은 지난 20일 연세대 상암경영원에서 열린 ‘글로벌 교환학생 프로그램’ 수료식(사진)에 참석했다. 이 프로그램은 에덱 비즈니스스쿨이 연세대에 먼저 제안해 올해 처음 개설됐다. 해외 유명 경영대학원이 “우리 학생들을 보낼 테니 맞춤형 교육과정을 만들어 달라”고 한국 대학에 요청한 것도 이례적이다.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장은 “해외 비즈니스스쿨이 재학생들을 보내 한국 기업의 경영 사례와 성과를 공부하도록 한 경우는 없었다”며 “그만큼 한국 기업들의 세계적인 위상이 높아진 결과”라고 말했다. 박 학장은 이어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앞으로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국 기업을 해외에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수료한 학생들은 지난 3개월간 기숙사 등에서 생활하며 한국 문화를 배웠다. 수업 과목 중엔 ‘비즈니스모델 개발과 심화’를 최고로 꼽았다. 각자 창업하고 싶은 기업을 구상해 발표하는 수업이었다. 발표 및 평가 방식은 ‘엘리베이터 스피치’와 인기 해외 오디션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을 접목했다는 게 학교 측 설명. 학생 1명이 3분간 창업 구상을 동료들에게 설득하는 ‘스피치’를 하면 동료들은 설득됐는지 여부를 ‘예, 아니오’로 평가했다.

카일 클링거 연세대 외국어학당 교수는 “우주여행 VIP룸, 여성구두, 비영리기업 등 다양한 창업 아이템이 나왔다”며 “가르치는 교수 입장에서도 학생들의 발상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