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원 조이코퍼레이션 대표(왼쪽 두번째)와 공동창업자들이 스마트폰과 주고받는 와이파이 신호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을 분석하는 센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최시원 조이코퍼레이션 대표(왼쪽 두번째)와 공동창업자들이 스마트폰과 주고받는 와이파이 신호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을 분석하는 센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대전에서 비디오 가게 10곳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그에게 비디오테이프 대여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라며 32권짜리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클리퍼’ 교재를 건넸다. 방학 때마다 틈틈이 공부한 끝에 중학교 2학년 때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한 달 반 만에 여섯 카피가 팔려나가며 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시원 조이코퍼레이션 대표가 기억하는 첫 창업의 순간이다. 대학 4학년이던 2010년 11월 세운 조이코퍼레이션은 그에겐 세 번째 창업이다. 이번엔 오프라인 매장의 방문 고객을 분석하는 ‘워크인사이트’가 최 대표의 무기다. 올초부터 정식 서비스에 들어가 전국 150여개 매장에 보급됐다.

그는 “오프라인 상거래 규모는 온라인보다 10배는 크지만 방문객 분석은 기껏해야 아르바이트생을 통해 고객을 일일이 세는 원시적인 방법에 머물러 있다”며 “워크인사이트를 이용하면 매장 옆을 지나가던 사람 중 몇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지부터 동선과 재방문율, 체류시간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파이 신호로 매장 방문객 분석

비결은 와이파이 신호에 있다. 최 대표는 “스마트폰에 와이파이 기능이 켜져 있으면 주변의 와이파이 접속장치(AP)와 신호를 주고받게 된다”며 “이 신호의 세기를 측정하면 스마트폰 주인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센서도 특별히 만들었다. 처음엔 시중에 판매되는 와이파이 공유기를 개조해 시험용으로 썼지만 지금은 대만 공유기업체인 디링크와 협력 관계를 맺고 센서를 생산하고 있다.

그는 “센서를 매장 천장의 한가운데 붙여두면 매장 밖에 몇 명의 사람이 지나다니고 그 가운데 몇 명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지, 또 어떤 상품 앞에 사람들이 모여드는지 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파이 신호만을 재다 보니 스마트폰 소지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와 나이 등은 알 수 없다. 다만 스마트폰의 고유 인식 번호를 통해 재방문자만을 가려낼 뿐이다. 최 대표는 “법률 자문을 통해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며 “방문 고객 수와 재방문율, 체류시간만 제대로 측정해도 매장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성별이나 연령대와 같은 개인정보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20개 매장 이용

1985년생으로 올해 스물아홉이지만 최 대표의 인생에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비디오 대여 관리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팔려던 무렵 아버지가 뇌암 판정을 받았다. 첫 매출 3000만원은 고스란히 치료비로 들어갔고 사업은 중단됐다. 그는 서울로 올라와 고교를 다니며 온라인 게임회사 창업에 동참했다. 하지만 회사는 잘되지 않았고 그는 진학(인하대 컴퓨터정보공학과)으로 방향을 틀었다.

꿈은 사업 대신 학자가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대학원 진학을 6개월 앞두고 교수님의 권유에 따라 구글코리아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또 한 번 큰 변화를 겪었다. “연구하고 싶었던 ‘스트링 알고리즘’ 검색을 배우려고 했지만 구글은 이를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어요. 열심히 공부했던 게 구글에서도 쓰지 않는다면 어떤 기술이 사회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죠.”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자는 목표는 조이의 첫 번째 사업 아이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광고 플랫폼 ‘애드바이미’를 거쳐 두 번째 아이템인 워크인사이트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해외에서도 워크인사이트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20개 매장에서 사용 중이고 중국 싱가포르 대만 호주에서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 대표는 “아시아 지역에서 이런 기술을 가진 곳은 조이가 유일하다”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