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다음카카오 탄생, 한국 경제의 변곡점
국내 1위 메신저와 2위 포털이 합병했다. 한국 벤처 생태계의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새로운 한국 경제로 가는 변곡점이 아닌가 한다. 그 핵심 단어는 ‘네트워크 효과’와 ‘인수합병(M&A)’이라는 창조경제의 단어들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온라인 경제는 규모의 경제가 지배한다. 오프라인 경제의 경쟁력이 규모에 비례한다면, 온라인 경제는 규모의 제곱을 넘어선 지 오래다. 두 배의 네트워크가 두 배의 가치를 가진다는 사아노프 법칙은, 온라인 경제에서는 네 배의 가치를 가진다는 메트컬프 법칙으로 대체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두 배의 네트워크는 열 배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는 리드의 법칙으로 진화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점유율이 세 배인 네이버의 기업가치는 다음의 20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경제의 경쟁은 오프라인보다 훨씬 강력한 승자독식 구조다. 독주 체제의 가장 큰 희생자는 소비자들이다. 한국의 온라인 생태계는 네이버 독주 체제로 인해 혁신 역량이 저하된 지 오래다.

민간 차원의 건전한 경쟁 구도를 통한 개방·혁신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것이다. 그런데 네이버와 다음의 경쟁은 관심사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바이럴 메일로 포털을 선점했던 다음의 지위가 네이버의 ‘지식iN’이라는 혁신으로 뒤집어진 이후 한국에서는 획기적인 혁신이 사라졌다. 네이버 독주 체제는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고수익으로 연결되고, 우수인력을 블랙홀처럼 흡수해 더욱 강력해졌다.

모바일 세상으로 돌입하면서 카카오가 부상했다. 역시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강자는 더욱 강해진다는 마태의 원리가 적용돼 국내 스마트폰 생태계의 플랫폼으로 확고한 선점 위치를 점유했다. 천하를 호령하는 네이버조차 국내 모바일 메신저 경쟁에서는 카카오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 새로운 현실이다. 그러나 카카오도 메신저를 넘어선 각종 서비스를 자체 제공하기에는 자원이 충분치 않다. 다음과 카카오 합병으로 한국 온라인 모바일 생태계의 역동성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경쟁은 혁신을 촉진한다. 앱 개발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오고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나아가 창조경제의 국가 경쟁력은 대기업의 ‘효율’과 벤처의 ‘혁신’이 결합하는 데 있다. 문제는 단일 기업이 이 두 가지 모두를 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창조경제 패러독스에 있다. 창조경제 패러독스의 극복은 M&A와 개방 플랫폼으로 가능해진다는 것을 구글과 페이스북이 보여준다. 창조경제는 개방 플랫폼 경쟁이다. 이를 위해 상생형 M&A의 활성화가 요구된다. 구글은 매주 한 건의 M&A로 신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작년에만 24조원의 M&A를 통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벤처의 혁신을 대기업이 제값을 쳐주고 M&A하는 것이 효율과 혁신을 결합하는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이다. 이번 다음과 카카오의 M&A 이후 기대하는 것은 한국판 구글과 페이스북의 M&A 경쟁이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M&A를 통한 역량 강화를 추진하는 수순으로 돌입할 것이다. 페이스북이 직원 13명의 인스타그램을 1조원에 인수하고, 구글은 금년 해외 기업 인수 자금으로 31조원을 준비하고 있다. 벤처의 혁신경쟁력을 대기업의 시장 효율과 결합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생존전략이다. 지금 다시 불붙기 시작한 벤처창업 열풍의 마중물로서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이다. 코스닥 상장 이전 창업 투자를 M&A로 조기 회수할 수 있다면 엔젤 투자는 폭증할 것이다. 한국의 제2 벤처붐은 M&A 활성화에서 올 것이다.

이민화 < KAIST 초빙교수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mhleesr@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