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 아이쓰리시스템 대표가 적외선 카메라 앞에서 적외선 검출기를 설명하고 있다.
 /아이쓰리시스템 제공
정한 아이쓰리시스템 대표가 적외선 카메라 앞에서 적외선 검출기를 설명하고 있다. /아이쓰리시스템 제공
정한 아이쓰리시스템 대표(사진)는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긴장한다.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개발한 ‘냉각형 적외선 검출기’ 기술을 노리는 외국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 공항 검색대를 지나가면서 가방을 수색당한 경험도 여러 번이다.

적외선 검출기는 모든 물체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을 감지한 뒤 에너지 차이를 전기적 신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냉각모터로 영하 193도까지 검출기센서 온도를 낮춘 뒤 작동시키면 0.02도 이하의 온도 차이까지 구별, 컴퓨터 모니터에 사물의 형상을 흑백이나 컬러 이미지로 보여준다. 야간에도 마치 주간처럼 감시하거나 정찰할 수 있다. 전 세계 6개국 10여개 업체만이 기술을 갖고 있는 데다 수출입 통제가 되는 전략물자로 지정돼 있어 돈을 줘도 배울 수 없다. 일본 업체도 정부 지원금을 받아 개발에 나섰다가 실패한 뒤 상온에서만 센서가 작동되는 비냉각형 적외선 검출기를 생산 중이다. 정 대표는 “냉각형은 비냉각형보다 성능이 100배가량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1989년 KAIST 석사과정 시절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발주한 국산화과제 연구팀에 참여하면서 적외선 검출기 개발과 첫 인연을 맺었다. 1998년 회사를 창업한 뒤 이 분야 연구에 매진해오다 2006년부터 정부로부터 74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ADD 개발사업에 참여, K-1 전차 조준경에 들어가는 적외선 검출기를 2010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정 대표는 적외선을 감지하는 센서와 센서 신호를 처리하는 주문형 반도체를 개발하고, 두 소자를 연결하는 작업을 KAIST 출신 후배 연구원들과 23여년 만의 도전 끝에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그는 “숱한 실패 끝에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 수준인 15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픽셀 30만개를 붙이는 기술을 얻었다”며 “통상 반도체는 영하 40도 이하에서 작동을 멈추지만 영하 190도까지 떨어져도 작동하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아이쓰리시스템이 육군에 납품하고 있는 K-1 전차 조준경 및 K-21 장갑차 조준경, 포병 관측장비 등에 적용되는 검출기는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은 데다 세밀한 공정이 필요해 대당 가격이 수천만원에 달한다. 2000년 초만 해도 외국산 적외선 검출기는 아이쓰리시스템이 현재 납품하고 있는 가격보다 대당 두 배 이상 비싼 5000만원에 달했다. 적외선 검출기가 국산화된 뒤 수입단가는 25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아이쓰리시스템은 군용 열상장비용 검출기 납품을 통해 검증받은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치과용 엑스레이 센서를 2006년부터 생산, 판매하고 있다. 적외선 영상투사기, 적외선 영상시뮬레이터, 레이저센서, 열상카메라 등의 개발을 마쳤거나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공항스캐너 등 산업용 엑스레이 센서 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2020년에는 적외선 검출기를 연간 3000만달러어치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군수기술을 응용한 신제품 개발에 나서 최소 6년 뒤인 2020년까지는 검출기로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