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10대 소녀를 납치해 10년 동안 감금하고 나중에 강제 결혼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40대 남성이 범행을 부인했다.

22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범인 이시드로 가르시아(41)의 변호사 찰스 프리스코는 "가르시아는 피해자라는 여성을 가둔 적이 없고 오히려 여왕처럼 모셨다고 한다"고 밝혔다.

가르시아는 2004년 당시 15세이던 소녀에게 마약을 먹여 납치한 뒤 캘리포니아주 벨가든의 집에 가둬놓고 구타하고 겁을 줘 도망치지 못하고 하고 수시로 성폭행을 일삼다 피해자가 탈출해 경찰에 신고한 바람에 붙잡혔다.

그가 범행을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납치, 성폭행, 감금 등 각종 중범죄 혐의로 기소한 검찰과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변호사 프리스코는 "피해자는 결코 구금 상태가 아니었다"면서 "자동차도, 일자리도 있었고 언제든 가족과 연락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납치됐다면서 가족 앞에 나타나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아 부부로 살아온 이들 주변 사람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하비에르 캄포스(28)는 피해자라는 여성이 갇혀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면서 "집 바로 앞에 경찰서가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그녀를 가둬놓을 수 있을지 믿어지지 않는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말했다.

이웃 주민들은 둘이 행복한 부부로 보였다면서 음식을 잔뜩 차려놓고 파티를 열면서 다정하게 춤을 추기도 했다고 CNN에 증언했다.

지역 방송 KNBC가 입수한 가족사진에서 둘은 정겹게 껴안고 미소를 짓는 등 지극히 정상적인 부부 관계로 보였다.

에리카라고 밝힌 주민은 "한번도 그녀가 슬픈 표정을 지은 걸 본 적이 없다"면서 "가르시아도 참 좋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거나 동네 가게에 들릴 때도 가르시아와 동행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혼자 차를 몰고 쇼핑을 다니는 경우도 많았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은 피해자가 납치돼 감금된 채 협박과 폭행, 그리고 성폭행을 당한 것이 분명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피해자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사건은 2004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멕시코에서 6개월 전에 미국으로 건너온 피해자는 당시 어머니와 동거 중이던 가르시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피해자는 15살이었고 영어 한마디 못할 때였다.

가르시아는 피해자에게 마약을 먹여 잠들게 한 뒤 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갔다.

눈을 떴을 땐 가르시아의 집 차고에 갇혀 있었고 이후 구타와 협박, 성폭행이 이어졌다고 피해자는 주장했다.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주더니 야간에만 빌딩 화장실 청소 일을 나가도록 했고 일을 할 때 늘 따라다니며 감시했다.

'가족은 너를 잊었다'거나 '집으로 돌아가면 온 가족이 모두 멕시코로 추방된다'고 끊임없이 협박해 결국 그녀는 자포자기한 끝에 2007년 그와 결혼했고 2012년 딸을 낳았다.

이 사건을 수사한 캘리포니아주 샌타애너 경찰국 앤서니 버태냐 경사는 "주민들은 전체적인 맥락을 모른다"면서 "납치될 때 그녀는 갓 미국에 온 15살 난 소녀였다는 사실이 아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지역 방송과 짤막한 인터뷰에서 "고작 15살짜리가 뭘 어찌하겠느냐"면서 "너무 겁이 나서 그저 시키는대로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더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없던 용기가 생겼다"고 경찰에 신고한 계기를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훈 특파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