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 한국 기업에 기회 줄 '모디노믹스'
인도 출신으로 국제무역론의 권위자인 자그디시 바그와티 교수는 1991년 인도의 개혁개방정책을 ‘태풍에 의한 개혁, 태풍과 같은 개혁’이라고 평가했다. 23년이 지난 지금 인도에서 새로운 태풍, 신임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모디노믹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모디노믹스는 고성장, 친기업 정책이 골자다. 외국인기업을 포함한 민간기업 투자를 촉진해 고용을 창출하며 소비를 진작시켜 고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모디가 주지사로 있던 구자라트의 지난 13년간 실질성장률은 9.8%로 인도 전체의 7.4%보다 높았다. 2013년 인도경제가 전년에 이어 4%대의 성장률을 보일 때 구자라트는 8%를 기록했다. 구자라트의 고용증가율도 지난 10년간 2% 이상으로 1%에도 못 미친 인도 전체보다 월등히 높았다.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모디는 행정절차를 없애거나 간소화했다. 민간기업의 투자승인을 지연시킨 공무원을 해고하는가 하면 자신이 직접 투자유치를 위해 국내외를 뛰어다녔다. 대표적인 사례가 타타자동차공장 유치다. 웨스트벵골에서 공장부지 확보에만 1년 반을 끌었던 프로젝트를 구자라트로 유인, 11개월 만에 상업생산이 가능토록 지원했다. 구자라트가 ‘인도의 중국’으로 불리게 된 것도, 총선 이후 인도 주가가 연일 신고점을 갈아치우는 것도 모디노믹스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문제는 모디노믹스가 인도 전체를 대상으로도 잘 작동할 수 있을지다. 개혁개방의 아이콘이었던 만모한 싱 총리도 개혁개방 정책을 반대하는 정당과의 불가피한 연합으로 지난 10년간은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다행히 모디 정부는 이런 측면에서 자유롭다. 이번 총선으로 과반수의 하원 의석을 확보해서다. 하지만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경제정책 및 이슈에서 동등한 권리가 보장된 인도헌법 체계에서는 구자라트에서와 같은 모디노믹스의 추진속도를 장담하기 어렵다. 28개에서 곧 29개로 재편될 주(州)들, 이들 주 간 경제규모 격차가 최대 250배인 점 등은 모디노믹스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현재의 경제 여건도 모디 정부에 유리하지 않다. 당장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인플레 압력이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 있다. 올해는 엘니뇨의 영향도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란 전망이다. 엘니뇨는 농업생산 감소, 인플레는 물론 공산품 수요마저 둔화시킨다.

그래도 신정부가 본격 출범하는 하반기부터는 투자가 살아나면서 경기도 서서히 회복될 것이다. 총선으로 대기하고 있던 투자승인 건과 지연된 인프라 프로젝트만 재개돼도 투자는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이다. 재정 및 금리정책의 한계가 클수록 모디 정부는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개혁에 더욱 의존할 것이다. 인도 민간기업은 물론 외국기업들도 신발끈을 단단히 조이고 있을 것이다. 일본은 이미 인도의 4위 투자국이며 대규모 공적개발원조(ODA)로 델리뭄바이산업회랑(DMIC) 사업 등을 주도하고 있다. 인도의 교역 1위국인 중국도 대규모 인프라개발과 공단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의 13위 투자국이며 중국의 대(對)인도 수출의 30%에 불과한 한국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다행히 모디는 한국에 관심이 많다. 2007년에는 한국을 조용히 방문하기도 했다. 앞으로 모디노믹스 태풍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등 올 1월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경제협력 후속조치들을 조기 추진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도 차별화된 전략으로 투자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조충제 < 대외경제정책硏 부연구위원·인도남아시아팀장 cjcho@kiep.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