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이후 원화 가
[시론] 원화절상의 손익계산서
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분기 원화 절상률은 3.4%로 선진국과 신흥국을 모두 포함해 가장 높은 수치다. 달러화 대비 원화 상승률도 다른 통화를 크게 앞서, 지난 1년간 원화 가치는 달러화에 비해 약 7%나 올랐다. 한 달 전만 해도 1050원 선이던 원·달러 환율이 현재는 1020원 선으로 하락, 제조업 손익분기 환율이라는 1052원을 훨씬 밑돌고 있다. 1050원 이하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기에 국내 기업 실적이 2009년 수준으로 악화된 현 시점에서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원고 현상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원화 강세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일본의 엔저정책을 꼽을 수 있다.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엔화 절하 노력 때문에 상대적으로 원화가 강세가 된 것이다. 둘째,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이다. 미국이 그동안의 양적완화정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시작한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신흥국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대량 유출됐고, 통화가치가 폭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나 한국 상황은 이와 반대다. 견고해진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기업경쟁력 강화, 경상수지 흑자는 미국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 외국 투자자금을 한국으로 유입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원화 강세는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먼저 원화 강세는 수출입물가에 모두 영향을 준다. 수출입물가는 현재 1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는데,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입물가 모두 전달보다 2.5% 하락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원화의 평균 절상폭과 동일하다고 한다. 과거에는 환율 하락이 무조건 국내총생산(GDP)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엔저정책으로 인한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상승은 상대적으로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저해했고, 그 결과 일본과 경쟁하는 자동차, 전자 등 산업 매출이 하락했다. 한국무역협회는 현재의 환율 수준이 이어질 경우 수출액이 대략 3~5% 감소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한편으로 환율 하락은 실질구매력을 높이고, 수입물가 하락을 가져와 국내 소비를 촉진해 내수에는 긍정적이다. 특히 경제가 개방될수록 수출은 환율보다 세계 경기회복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환율 하락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보다 한국의 내수 회복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이제는 환율 하락이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과 긍정적 영향을 동시에 살펴야 할 것이다.

환율 하락 효과는 명암이 모두 존재하므로 긍정 혹은 부정으로 단언하기 쉽지 않지만, 단기간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경제에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 따라서 원화의 급격한 절상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우선 기업들은 환율 변동에 흔들리지 않도록 원가절감 노력과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수출지역을 다각화하는 노력과 함께 환 헤지 파생상품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꾸준한 외환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환율 변동에 의한 경제의 타격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수출기업들을 위한 수출금융·보증지원 확대 혹은 수출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원화 절상이 수출기업이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도 필요할 것이다. 지난 14일 오전 원·달러 환율이 1021원까지 하락하고, 원·엔 환율이 세 자릿수로 하락하자 외환당국이 시장에 기습적으로 개입한 것은 위와 같은 취지 때문이다. 적절한 시점에서의 간헐적인 시장 개입은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다.

조하현 < 연세대 경제학 교수 hahyunjo@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