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일자리 창출 모델 보여준 중고차 경매장
목재와 보드로 66년 역사를 이끌어온 동화그룹이 자동차 신규 사업으로 열광하고 있다. 새로 연 중고차 매매단지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까닭이다. 청년시절부터 현장에 뛰어든 2세 경영인 승명호 회장이 연 매출 1조원 달성을 기점으로 새로 출범한 자동차 사업이 본궤도에 들어선 것이다.

동화그룹은 계열사 임금 수준을 감당할 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신규 사업이 딱히 없음을 간파하고 중고차 매매단지를 조성해 딜러와 부대 사업주에 임대함으로써 직영에 따른 인사관리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묘안을 찾아냈다. 동화엠파크는 2011년 출범하자마자 인천 공장부지에 중고차 매매단지 ‘엠파크시티’를 열었다. 중고차 딜러가 사무실을 임대해 개업하자 수리공장이 함께 들어섰고 손해보험, 할부금융, 등록대행 등 관련 업체가 줄줄이 입주했다. 쾌적한 환경에서 많은 사람이 움직이기 때문에 음식점과 커피숍도 경쟁적으로 들어섰고 슈퍼마켓도 자진해 입주했다. 자동차 단지로 각광을 받자 인근 지역까지 자동차 수리공장이 대거 몰려들었다. 2012년에는 ‘중고차 수출단지’를 개장했고, 지난해 5월에는 중고차 경매장 ‘엠파크옥션+’를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중고차 경매는 매도 측과 매수 측이 모두 딜러로 구성된 B2B 형식이 보통이지만 일반 개인이 일정 비용을 부담하면서 차량을 팔 수 있는 C2B 형식도 열려 있다. 모바일을 통한 중고차 경매 시스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성장을 거듭해 거래 규모가 신차 판매 대수의 2배를 넘어섰다. 그러나 거래의 투명성과 신뢰성은 아직도 부족하다. 동화그룹을 비롯한 대기업의 기반시설 투자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중고차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부가가치세 부담의 적정화도 필수적이다.

중고차를 부가가치세 과세사업자로부터 구입하면 딜러는 정당한 세금계산서를 교부해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 또는 면세사업자로부터 구입하면 매입세액공제를 받는 시스템이 복잡하다. 현행 세법에서는 구입가격의 109분의 9를 의제매입세액으로 인정해 공제하는데 작년에 정부가 이를 105분의 5로 인하해 세금 부담을 높이는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중고차업계의 반발이 크자 우선 일몰기간을 1년 연장하는 임시방편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매출액에서 매입액을 뺀 마진에 대해 10%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주장한다. 이는 의제매입세액을 110분의 10으로 높여 세금을 낮추는 것으로 다른 과세대상과의 형평성 때문에 도입이 어려울 것이다. 최초 구입자가 신차 부가가치세를 이미 부담했고 중고차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된 것이 없기 때문에 현행 공제율 109분의 9가 최선일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쌓아두고도 투자하지 않는다면서 일부 정치권은 유보이익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위험이 적고 이익이 확실하다면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세금 무서워 억지로 투자했다가 원금까지 날리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대기업계열에 포함되면 노조의 연대투쟁으로 적자 계열사도 임금 수준이 감당 못할 만큼 치솟는다. 대기업마다 인건비 감당이 어려운 한계사업을 해외로 옮기느라 바쁘다. 부실기업을 새로 인수하면 계약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계열사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인수 여력을 보유한 대기업마저 외면하면서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채권은행 관리 기업의 주인 찾기는 부지하세월이다. 대기업 일자리를 찾는 청년은 넘치지만 일자리는 자꾸만 사라진다.

청년 일자리는 국가 미래가 걸린 최대 현안이다. 중소기업에는 일자리가 많다고 청년을 몰아붙이지만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 없이는 소용없는 일이다. 그런 일자리는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인천 가좌동 엠파크시티에 가면 활기찬 모습으로 자기 사업에 열중하는 대한민국 청년 3000여명을 만날 수 있다. 청년 일자리 유관 공직자들이 조용히 찾아가 살펴보기를 희망한다.

이만우 < 고려대 경영학 교수 leemm@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