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총리(사진)가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액이 국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12일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케냐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외환보유액은 결국 위안화로 바뀌어 통화팽창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거시경제 조정에도 큰 압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의 발언은 중국이 케냐와의 무역거래에서 흑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에서 나왔다. 그는 “무역불균형이 계속되면 양국 간 지속적인 발전이 어렵다”며 “중국은 케냐 상품의 수입을 촉진하고 중국 기업이 케냐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무역불균형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실제 과도한 외환보유액으로 거시경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 말 현재 3조9481억달러(약 4000조원)에 달한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매년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면서 외환보유액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 증가는 달러화의 위안화 환전으로 인해 시중 유동성 증가를 야기한다. 결국 중국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 대출 규제 등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경기둔화 시 거시경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샤빈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조달러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리 총리의 케냐 방문을 계기로 케냐에서 남수단에 이르는 동부 아프리카 6개국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은 1차로 케냐의 나이로비와 몸바사항을 잇는 480㎞ 구간의 철도 건설에 38억달러를 대출해 줄 예정이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