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시대 이민정책, 포용 정신으로 기본 틀 바꿔야"
미국 국토안보부는 최근 해외 고급인력 확보를 위해 비자 체계 개정안을 발표했다. 과학·기술·수학 등에 특화된 전문직 취업비자(H-1B) 소지자의 배우자도 미국에서 취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비자 체계는 어떨까.

지난달 출범한 ‘다동이정책포럼’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55·사진)는 “그동안 규제 일변도로 출입국 정책을 하다보니 비자 체계가 너무 세분화돼 있다”며 “전문인력을 중점 유치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11일 지적했다.

‘다동이’는 다문화·동포·이주민의 머리글자를 따 만든 용어다. 사법연수원 15기로 부산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는 2012년 서울동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법무법인 화우를 거쳐 현재 대호 변호사로 재직 중이며 올 3월부터 한국이민법학회장도 맡고 있다. 2009년 8월부터 2년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지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사증발급 기준(비자 종류)은 크게 36가지다. 세부기준으로 들어가면 너무 복잡해진다. 특정활동(E-7)비자 하나만 봐도 82개 세부직으로 나뉜다. 석 대표는 “기업투자(D-8)비자 역시 제한이 굉장히 많다”며 “개방과 포용 정신으로 이민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세부기준만 충족하면 비자를 내주는 현재 틀에서 벗어나 각 분야에서 외국인 인력 수요를 체계적으로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이민 정책에 열변을 토하는 이유는 뭘까. 투병 후 얻은 ‘새 생명’과 관련이 있다. 그는 대검찰청 공보관으로 재직하던 2002년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았다. 2개월의 짧은 휴직 기간에 수술을 받고 복귀,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검사 일을 계속했다. 이듬해에는 노무현 정부 1년차 법무부 법무과장을 지내며 격무를 이어갔다. 일부에서는 “출세에 눈멀어 몸을 더 상하게 한다”는 시선을 보냈다.

“일까지 그만두면 오히려 더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 개업할까 생각도 했지만 어디든 스트레스가 없겠습니까. 이렇게 살 수 있음에 그래도 하늘이 좀 더 기회를 주시는구나…. 욕심이 적어졌고, 좀 더 넓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죠.”

그는 검찰 수사관행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증거가 100% 명백하면 어차피 재판 과정이 있으니 피의자에게 퇴로를 열어주라고 후배들에게 말합니다. 물론 흉악범이나 상습·확신범 등 중범죄자는 빼고요. 살면서 어쩌다 범죄에 휘말린 피의자들은 분명 누군가의 가족이고, 부모고, 자식이고, 사회인입니다.”

국정감사에서 법무부가 검찰 밖 이슈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법무부 장관이 항상 국감에서 검찰 이슈로 정치권으로부터 난타당하니까 출입국 외국인 정책, 상사법무 등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연구할 시간이 없고, 의지도 갖지 못합니다. 법무부는 검찰 외 일을 챙기는 기관으로 인식과 미션 전환이 시급합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