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운도녀·운출족·워런치족…편한신발 판매 '점프'
[ 오정민 기자 ] # 지난 24일 저녁 6시반 지하철 3호선 대화행 전동차 안. 기자가 타고 있는 전동차 반량에 탑승한 여성승객은 17명이었다. 이 중 하이힐을 신은 승객은 1명에 불과했다. 8명은 운동화, 나머지 8명의 승객은 슬립온 등의 단화를 신고 있었다.

김수연(가명·30)씨는 "회사에서 자율복장을 허용한 지 오래됐고 옷차림에 맞춰 구두도 보다 편안한 것으로 고르게 됐다"며 "사무실에 정장구두를 준비해놓고 통근길에는 운동화를 신는 동료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비즈니스캐주얼이 보편화되면서 '편한 신발'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최근 정장구두보다는 캐주얼화와 운동화의 매출 신장률이 두드러지고 있다.

28일 G마켓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장구두보다는 편한 캐주얼화 매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올 1분기 남성 캐주얼화와 여성단화를 합한 캐주얼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이달에도 성장세가 이어져 매출성장률(4월20일 기준)이 16%로 집계됐다.

특히 여성화 중에서 굽 낮은 신발 판매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AK몰은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단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17% 급성장했다고 밝혔다. 플랫슈즈(44%), 슬립온(91%), 운동화(41%)도 인기가 부쩍 늘었다.

운동화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운동화 매출 증가율(G마켓 집계)은 22%로 올라선 후 줄곧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에는 27%에 달했다. 워킹화와 패션 운동화 시장 확대, 봄나들이 수요 등이 주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남녀 정장구두 매출은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G마켓이 집계한 1분기 남녀 정장구두 매출은 4% 줄었고, 이달에는 감소폭이 -8%로 확대됐다.

관련 업체들은 시장 변화에 발맞춰 편한신발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강제화는 브랜드 리갈, 랜드로바에서 국내 최초로 밑창이 고어텍스인 신사화를 선보였다. 그동안 내피에만 사용되던 고어텍스 소재를 바닥창에도 적용, 더 편안하다고 자랑했다. 겉으로 보기엔 가죽 신사화지만 바닥은 아웃도어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컴포트화 부문도 강화했다. 컴포트 전문 숍인숍 매장인 '컴포트 콜렉션(Comfort Collection)'을 도입했다. 슬립온, 로퍼, 힐 등 다양한 스타일의 컴포트화를 선보여 그동안 장년층에 맞춰졌던 소비자층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1분기 컴포트 슈즈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6만7000족으로 집계됐다"며 "고어텍스 캐주얼 신발 '랜드로바 피닉스' 모델은 지난해 판매 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기능성 신발의 인기가 높다"고 강조했다.

탠디의 경우 운동화(스니커즈) 출시모델 비중을 확대했다. 올해 출시된 제품 중 운동화 품목 수를 지난해 대비 두 배인 15%로 끌어올렸다.

프랑스 신발 브랜드 레페토도 올 봄·여름(S/S) 시즌 새 디자인의 운동화를 선보였다. 기존 펌프스와 플랫슈즈 등으로 구성돼 있던 일반화 라인에 기본형 및 하이톱 스타일 운동화를 추가한 것이다.

워킹화 시장에선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며 스포츠 브랜드들과 맞붙고 있다. 워킹화 시장이 매년 20~30%씩 성장하면서 올해 1조5000억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프로스펙스 등 스포츠 브랜드들이 버티고 있던 워킹화 시장에 K2, 코오롱스포츠, 블랙야크, 레드페이스, 네파 등이 잇따라 참전했다.

지난해부터 '운도녀(운동화를 신은 도시 여자)', '운출족(운동화 신고 출근하는 사람)' 등의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직장인들의 운동화 사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 등 운동을 즐기는 '워런치족(walking+lunch)'이란 합성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