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노베이션 뮤지엄 2관 모바일존 내 애니콜 역대 시리즈 전시장. 사진=김민성 기자
삼성이노베이션 뮤지엄 2관 모바일존 내 애니콜 역대 시리즈 전시장. 사진=김민성 기자
[ 김민성 기자 ] 수원디지털시티 내에 개관한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SIM) 2관 모바일존. 20년 전인 1994년부터 출시된 '애니콜' 휴대전화 15개 모델이 골동품처럼 전시돼 있다.

1999년 탄생한 '워치폰'도 있다. 15년 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내놓은 손목시계형 휴대전화. 지금 보면 어린이 장난감처럼 투박해 보이지만 당시엔 첨단 제품이었다.

올해 모바일 산업 총아는 단연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다. 대표선수는 스마트워치(시계). 언뜻 보면 최근 트렌드처럼 보이지만, 기술의 역사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목시계와 휴대전화의 첫 동거부터 최근 스마트워치 열풍까지 15년 사(史)를 정리한다.

◆ 1999년, 손목시계와 휴대전화 '동거의 시작'
1999년 삼성전자가 출시한 세계 최초 워치폰 SPH-WP10. 사진=김민성 기자
1999년 삼성전자가 출시한 세계 최초 워치폰 SPH-WP10. 사진=김민성 기자
1999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워치폰(Watch Phone) 'SPH-WP10'을 내놓는다. 이동전화용으로 개발된 첫 손목시계형 휴대전화. 디지털시계의 외모에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란 당시 이동전화 첨단 기술이 융합한 웨어러블 기기였다.

한글 8자만 들어가는 4줄짜리 초록색 액정화면이 달렸다. 물리적 번호키가 없이 말로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지금은 일반화한 '음성 인식' 기술의 원형이다. 전화번호는 20개까지 저장해 말로 통화 상대를 지목했다. 내장된 스피커에서 상대방 음성이 들렸다. 이어폰을 꽂아 듣기도 했다. 전화가 오거나 알림이 있으면 진동으로 알려줬다.

다이얼 방식의 조그 셔틀을 달아 버튼 수를 최소화했다. 좌우로 조그셔틀을 돌려 메뉴를 선택했다. 부품도 소형화해 무게가 39g. 초경량 휴대전화였다. 가격은 45만 원. 당시 보편화한 개인휴대통신(PCS)보다 조금 비쌌다.

시계줄은 모직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13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전화기 본연의 정체성에서 보면 걸고 받는데 불편함이 많았다. 통화 내용을 혼자 들으려면 이어폰도 꼭 써야했다. 실제 판매량은 미미했다.

그래도 2001년 '기네스북'에 세계 최초의 복합 단말기 및 가장 작은 휴대전화로 등재됐다.

◆ 2001년 워치폰 재도전…출시도 못했다
삼성전자가 2001년 개발한 두번째 워치폰 SPH-S100.
삼성전자가 2001년 개발한 두번째 워치폰 SPH-S100.
삼성전자는 2001년 두 번째 손목시계 전화를 내놓는다. 이름은 또 워치폰(SPH-S100). 2001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였다.

파란 액정 화면에 4방향으로 조작할 수 있는 조그 셔틀이 달렸다. 배터리를 포함한 무게는 48g. 오른쪽 테두리에 전화를 걸고 끊을 수 있는 버튼이 배열됐다. 완전 충전으로 80분 연속 통화가 가능할만큼 배터리 성능은 개선됐다. 음성 다이얼뿐 아니라 조그셔틀을 돌려 문자·숫자판 위에서 번호를 선택했다. 일정이나 알람, 계산기, 초시계 등을 부가 기능도 담았다.

전작의 모직 시계줄은 스텐레스 재질로 고급화했다. 2002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판매 승인으로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정작 출시는 못했다. 세계 최경량, 최소형 무선 통신 제품이란 상징성은 여전했지다. 하지만 통화 불편은 여전했고, 점점 가벼워진 휴대전화가 대세이던 시절이다.

◆ 2003년 또 도전, 또 실패…SPOT 프로젝트 등장

삼성전자가 2003년 세번째로 만든 워치폰. 컬러 액정화면이 처음 탑재됐다.
삼성전자가 2003년 세번째로 만든 워치폰. 컬러 액정화면이 처음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2003년 세번째 워치폰을 내놓는다. 최대 변화는 액정화면이 컬러로 진화했다는 것. 256색상을 지원하는 OLED 디스플레이(해상도 96X64)가 탑재됐다.

국내보다 유럽 등 해외 시장을 타켓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CDMA 방식이 아닌 GSM 이동통신 규격 900MHz와 1800MHz에서 통신했다. 배터리 효율을 늘려 연속 통화는 90분. 대기시간은 80시간으로 완전 충전하면 사흘 넘게 쓸 수 있었다.

이전 두 모델과 마찬가지로 모델명은 여전히 '워치폰'이었다. 이 제품 역시 공식 판매되지 못했다. 2003년 4분기 출시 예정이었으나 비관적 시장 전망에 밀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2003년에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IT 업계도 손목시계형 휴대전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마이크로 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당시 1월 CES에서 스마트 퍼스널 오브젝트 테크놀로지(Smart Personal Object Technology·SPOT) 개념을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시계제조업체 파슬이 공동개발한 SPOT 시계.
마이크로소프트와 시계제조업체 파슬이 공동개발한 SPOT 시계.
SPOT는 FM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해 뉴스, 문자 메시지, 주식 가격, 캘린더, 날씨 정보 등을 전송받는 서비스였다. 문자메시지는 당시 유명했던 MSN메신저가, 캘린더는 MS 이메일 서비스인 아웃룩이 연동됐다. 뉴스는 미국 NBC 방송 등에서 받았다.

시계 제조업체인 파슬(Fossil)이 처음 시제품을 내놨다. 손목시계에 내장된 흑백 액정화면에 이같은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날아드는, 당시로서는 파격적 서비스였다. 빌 게이츠는 2003년 CES에 파슬 시제품을 손목에 직접 차고 나와 SPOT프로젝트를 소개하는데 열을 올렸다. 파슬에 이어 2004년부터 스와치(Swatch), 티쏘(Tissot) 등 시계 업체 제품이 추가 공개됐다.

이번에도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MS가 어린이 장난감용 시계를 만들어 돈을 벌려 한다는 냉소까지 나왔다. 작은 시계 액정 화면에 시시각각 날아드는 정보를 들여다봐야하는 불편도 컸다. 2008년 SPOT 프로젝트는 결국 중단됐다.

◆ 소니에릭슨, 2006년 '스마트 워치' 개념 제시
소니에릭슨이 2006년 처음 선보인 '블루투스 시계', MWB-100.
소니에릭슨이 2006년 처음 선보인 '블루투스 시계', MWB-100.
삼성전자의 도전과 SPOT 프로젝트가 시들해지던 2006년 10월.

당시 소니에릭슨은 새로운 손목시계 제품을 선보인다. 일명 '블루투스 시계'로 불린 MWB-100모델. 시계업체 파슬의 일반 메탈 시계에 블루투스 칩을 탑재해 소니에릭슨 12개 피쳐폰 모델과 기능을 연동시켰다.

삼성전자가 휴대전화와 시계를 완전히 통합하려고 애썼다면 소니는 손목시계를 휴대전화 일부 기능 확장판으로 봤다. 대부분 사용자가 시계와 휴대전화를 독립적으로 사용하고 싶어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계를 휴대전화 리모컨처럼 쓰는 스마트워치 개념의 시작이었다. 디스플레이 장치는 시계 밑단 OLED 액정이었다.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오면 발신자 이름을 액정에서 바로 확인했다. 시계에 달린 버튼으로 전화를 받거나 끊기도 했다. MP3 음악파일을 재생하는 소니 워크맨 뮤직폰과 연동하면 재생 및 일시정지, 건너 뛰기 등 조작도 가능했다. 원격조절이 가능한 거리는 약 10m 정도였다.

전통적인 아날로그 시계 디자인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무게는187g으로 무거웠다. 가격도 당시 북미 출시가격이 약 400달러로 비쌌다. 시계 배터리를 휴대전화처럼 자주 충전해야 하는데 익숙치 못했다.

소니에릭슨은 이후에도 블루투스 시계를 잇따라 내놓는다. 2008년 2월 메탈형 시계를 가죽끈 형으로 다양화한 MBW-150, 같은해 9월에는 보석이 박힌 여성용 시계 라인업을 추가한 MWB-200도 내놓는다. 여성용이라 시계 크기를 줄이면서 무게는 60g 정도로 가벼워졌다.

소니에릭슨은 일본 소니와 스웨덴 에릭슨이 2001년 10월에 설립한 조인트 벤처 제조업체다. 소니가 2012년 2월 에릭슨이 보유한 소니에릭슨 지분을 모두 인수한 뒤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로 사명을 바꿨다.

손목시계-휴대전화 동거, 15년사 <下>… 다시 '손목 전쟁'은 2008년 국내기업이 만든 첫 스마트시계인 'LG 프라다 링크'부터 최근 동향까지 짚어봅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