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日 오릭스, 현대그룹 '백기사'로 나선다
마켓인사이트 4월24일 오후 5시13분

현대그룹이 종합물류 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을 일본계 사모펀드(PE)인 오릭스에 넘기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자금을 활용해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계약(TRS)을 해지하고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주가를 기초로 체결한 파생계약으로 인해 지난해 85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일본 오릭스, 현대그룹과 손잡다

24일 투자금융(IB) 업계 등에 따르면 오릭스는 지난 22일 투자심사위원회를 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6% 가운데 80% 이상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양측은 조만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인수 방식은 오릭스와 현대상선이 함께 설립하는 조인트벤처를 통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릭스의 투자금은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조인트벤처에 후순위로 재투자하는 형태로 소규모 지분을 가진다. 추후 기업가치가 하락하면 주주로서 손실을 먼저 떠안되, 경영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길도 확보하자는 의미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그룹에 유입되는 금액은 4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현대상선(47.67%), 현대글로벌(24.36%), 현대증권(3.34%), 현 회장 등(13.49%)이 총 88.86%를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회사다. 지난해 국내 매출액은 6102억원, 영업이익은 107억원이었으며 해외에서도 매출액 7363억원, 영업이익 21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그룹으로선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꾸준히 이익을 내는 알짜회사다. 앞서 롯데그룹, GS그룹, 베인PE 등이 이 회사의 경영권을 사겠다는 의향을 현대그룹에 밝혔으나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오릭스에 밀렸다.

◆현대그룹 순환출자 해소도 추진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을 통해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현정은→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이 순환출자 구조의 허리 부분에 자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가진 지분을 오릭스가 주도하는 조인트벤처가 인수하고, 현대로지스틱스가 가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21.2%)을 현대글로벌 등이 되사들이면 현대로지스틱스는 순환출자에서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그룹은 매각을 통해 유입되는 현금으로 현대상선 주가를 기초로 체결한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계약을 해지하고, 장기적으로는 현대상선과 현대글로벌의 순환출자 관계도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릭스, 운용자산만 1조원대

오릭스는 이와 함께 사모펀드인 자베즈파트너스 파인스트리트 등과 함께 현대증권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베즈가 현대증권 지분 9.5%를 보유한 2대 주주라는 점에서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힌다. 앞서 오릭스는 파인스트리트와 함께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현대그룹의 ‘백기사’로 나선 일본 종합금융그룹 오릭스는 10여년간 한국에서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STX에너지의 경영권을 인수해 상당한 이익을 남기고 GS-LG 컨소시엄에 이를 팔았다. 운용자산(AUM)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생명, STX메탈에 투자했다가 현재는 빠져나왔고 미래에셋생명 우선주에 300여억원, 셀트리온 보통주에 1000억원가량을 투자한 상태다. 정책금융공사·KT캐피탈과 구성한 한일상생펀드를 통해 자동차부품 업체 서진오토모티브와 광학기기 제조업체 오에프티에도 투자했다.

이상은/하수정/좌동욱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