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24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정부세종청사 대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홍원 국무총리가 24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정부세종청사 대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대응 과정에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를 지적하는 여론이 빗발치자 여의도 발(發) 개각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에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회에서 개각론을 제기하면 청와대는 부인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지만 내각에 내심 불만이 가득한 눈치다. 한 참모는 24일 “내각의 위기관리 능력이 이런 수준인지 몰랐다. 국가 재난이 터졌는데도 누구 하나 총대를 메고 적극 나서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이 ‘눈치 보는 공무원은 퇴출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자 아예 고위 공무원들조차 책임을 뒤짚어쓸까봐 현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말이 되느냐”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참사를 거치면서 복지부동이 뿌리 깊게 배인 공직사회가 환골탈태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는 만큼 지방선거 국면과 무관하게 개각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단계별로 책임있는 모든 사람에게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한 만큼 참사 후 수습 과정에서 문제를 드러냈거나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장·차관 등은 우선 순위로 경질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교체된 지 얼마 안 된 일부 장관의 경우 직접 책임을 묻기엔 과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개각이 이뤄진다면 폭과 시기가 관심이다. 우선 개각 폭과 관련,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내각 총사퇴’ 주장까지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장을 맡은 정홍원 국무총리조차 야전사령관으로서 현장을 틀어쥐고 책임있게 대응하기보다는 일이 터질 때마다 수동적으로 막기에 급급한 측면이 크다”며 “이번 사고 수습을 전후로 내각 전원이 사퇴를 선언하고 박 대통령에게 재신임 여부를 묻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여권과 청와대 일각에서는 관료와 학자 위주의 ‘전문가형 1기 내각’이 국가적 중대 사안에 대처하는 실행 능력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보인 만큼 박 대통령 스스로 내각의 색깔을 바꾸려고 한다면 의외로 개각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상황 대응 능력이 빠른 정치인 출신이 중용돼 ‘정무형 내각’이 꾸려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 기조를 강조하는 박 대통령의 특성상 장관을 모조리 교체하는 전면 개각 카드보다는 선별적인 교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개각 시기와 관련, ‘선(先) 수습, 후(後)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사고 수습조차 안 된 상황인 만큼 개각 카드를 들고 나설 타이밍은 아니다”며 “수습에 총력을 기울인 뒤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국면에서 책임을 묻더라도 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6·4 지방선거가 변수이긴 하지만,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용 개각이나 분위기 쇄신용 개각을 싫어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나 인사청문회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면 지방선거 전 개각이 어렵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번 세월호 대참사는 국가 시스템을 바꿔야 할 만큼 중대 사안이어서 지방선거 전에라도 내각 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