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병원침대·태양광발전기 공공조달 못해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에 7개 품목이 새로 포함됐다. 논란이 됐던 품목 가운데 서버와 스토리지는 빠졌고,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동식 의료용침대(모터가 두 개 이하)는 포함됐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을 졸업한 뒤에도 3년 동안은 공공조달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버 빠지고 병원침대 들어가고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에 추가 지정된 7개 품목 외에 서버와 스토리지, 사골곰탕, 비엔나소시지도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해달라고 중기청에 추천했다.

그러나 서버와 스토리지는 10여개 중소 제조업체를 살리기 위해 500개가 넘는 컴퓨터 유통업체를 한꺼번에 공공조달시장에서 퇴출할 수 없다는 논리로 제외됐다. 사골곰탕과 비엔나소시지는 직접 제조하는 중소기업이 10개 이상은 돼야 한다는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논란이 됐던 전동식 의료용침대는 ‘모터가 두 개 이하인 소형 제품’만 경쟁제품으로 지정한다는 조건으로 타협이 이뤄졌다. 사무용 가구업체인 퍼시스(대기업)는 모터가 하나인 제품부터 네 개인 제품까지 다 만들고 있다.

태양광 발전장치도 발전용량 500㎾ 이하 소형제품만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이 시장에는 현재 LS산전, LG전자 등 10개 대·중견기업과 139개 중소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100~200㎾ 이하 제품에 대해서만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정재경 중기청 공공구매판로과 사무관은 “대기업들도 양보했지만 중소기업들도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해외시장에 나가려면 내수시장 경험과 공공기관 납품실적 증빙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 한 발 물러섰다”고 설명했다.

◆“중기 졸업 후 3년간 참여 검토”

현재 중소기업 간 경쟁제도를 통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에 납품되는 제품(서비스 포함)은 2012년 말 기준으로 19조6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공공조달 시장(106조4000억원)의 18.4%를 차지한다. 2만9581개 중소기업이 이 제도로 혜택을 보고 있다.

중기청은 이번 추가 지정으로 750여개 중소기업에 2100억원 규모의 시장이 돌아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도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만만찮다. 가장 심각한 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기피하는 ‘피터팬 신드롬’이다. 이 제도가 중견기업까지 규제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성장하려는 의욕을 꺾는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도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 판로 개척도 좋지만 대기업·중견기업을 내쫓으면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중소기업에 시장이 급격히 쏠린다”며 “제도의 틀을 다시 짜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기청은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 졸업 기업에 일정 기간(3년 유력) 공공조달 시장 참여 지위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완벽하게 부작용을 해소하기는 힘들겠지만 규제를 피하기 위해 기업 쪼개기나 분식을 통해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려는 것은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추가영/민지혜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