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루이비통 브랜드 19개를 가진 세계 최고 명품기업 LVMH의 장 폴 비비어 사장은 지방시,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 펜디 등 계열사 대표 10명을 불러 모았다. 그는 같은 메이커지만 이탈리아 공방에서 만든 핸드백과 한국의 한 핸드백 회사에서 만든 핸드백을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벌였다. 명품 사장들이 내린 결론은 50 대 50. 이탈리아 장인들이 ‘한땀 한땀’ 만든 핸드백과 한국에서 만든 핸드백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그 한국 회사는 ‘시몬느’였다.

[책마을] 루이비통도 놀란 'ODM'의 반란
10여년이 지난 지금 시몬느는 세계 핸드백 제조 분야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개발 과정부터 참여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을 고수하는 시몬느는 루이비통, 코치, 지방시, 버버리 등 다양한 명품 핸드백의 60% 이상을 만든다. 베인&컴퍼니의 세계 명품시장 자료를 보면 시몬느의 세계 명품 핸드백 점유율은 9%, 미국에서는 30%에 달한다.《시몬느 스토리》는 1980년대부터 명품 핸드백 시장에 도전한 시몬느와 박은관 회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양어업을 크게 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박 회장이지만 직장생활을 배우고 싶어 핸드백 제조·수출업체에 입사한다. 7년 뒤 자기 회사를 차린 그는 당시 뉴욕의 인기 디자이너 도나 카란의 컬렉션 백 7개를 샀다. 핸드백을 완전히 분해해 익힌 뒤 복제품을 들고 도나 카란을 찾아갔다. 제품에 감탄했지만 가방에 ‘Made in Korea’(메이드 인 코리아)는 안 된다는 말에 그는 말했다.

“언젠가 핸드백 제조는 아시아로 넘어온다. 우리는 왜 안 되는가?(Why not us?)” 뛰어난 품질 관리와 정확한 납기로 핸드백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시몬느 이야기가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