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舌禍 부른 SNS 정치
“같은 정치인이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하는 정치인들 진짜 웃기는 겁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기자를 만나 “국민들이 뽑아준 만큼 정치적 견해가 있으면 국회와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쓴소리를 뱉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새누리당 정치인들의 SNS 발언이 연이어 여론의 뭇매를 맞자 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정치활동 대부분이 중단된 상황에서 이른바 ‘SNS 정치’에 대한 정치권 내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분위기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SNS에 올린 세월호 관련 ‘자작시’로 시작돼 지난 20일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로 정점을 찍었다. 권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 현장에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여성이 있다며 관련 사진과 동영상을 올렸다. 실종자 가족을 ‘정치 선동꾼’으로 몬 것이다. 확인 결과 사진은 합성됐고 관련 내용은 거짓이었다. ‘허위사실 유포’로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권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SNS는 매일 시공간적 제약에 쫓기는 정치인들에게 민심 향배를 확인할 수 있는 소통도구로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화체 수준의 언어가 주는 ‘가벼움’과 가공할 만한 전파속도 등이 설화(舌禍)를 부른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번에 SNS 정치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치권이 그 역기능을 인지하고, 사적 소통수단으로 활용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일단 고무적이다.

지방선거 여권후보의 한 보좌관은 “후보가 SNS를 좋아해 항상 살얼음을 걷는 것 같다”며 “국민의 쓴소리를 듣는 수단이 아닌 정치인들의 발언대가 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SNS는 정치인에게 양날의 칼이다. 잘만 활용하면 유권자들과 소통하고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는 반면 한 번 실수로 정치생명의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로가 충분한 국회의원들의 SNS 남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다. 이 모든 것을 떠나 전대미문의 참사로 온 국민이 슬퍼하는 지금,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글을 SNS에 기어코 올리고야 마는 그들의 무신경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은정진 정치부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