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세월호가 20년 전 일본에서 만든 배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세계 1위’ 조선 강국인 한국이 왜 여객선을 수입해 쓰는지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대형 조선사 가운데 세월호와 같은 여객선을 만드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소형 조선업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부분 회사의 명맥이 끊어졌고, 중·대형 업체들은 여객선이 돈이 안 된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여객선을 아예 만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여객과 화물 겸용인 카페리(RoPax) 여객선 10척을 건조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2007년 스웨덴 스테나가 발주한 1억3000만달러짜리 2척을 끝으로 더 이상 수주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 튀니지 국영선사인 코투나브가 발주한 3억달러짜리 대형 여객선을 수주해 2012년 인도한 것이 마지막이다. 승무원 285명, 승객 3200명, 자동차가 1060대까지 들어가는 준(準)크루즈였다.

세월호와 같은 일반 여객선의 경우 대형 국내 조선사로선 먹을 것이 별로 없는 ‘계륵’ 같은 존재다. 배를 만드는 도크를 더 크고 더 비싸고 더 경험이 많은 다른 배를 만드는 데 할애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금 딱히 발주하는 곳이 없기도 하고, 조선소 입장에선 우선 순위도 아니다”고 했다.

세월호 소유주인 청해진해운과 같은 국내 해운사들이 영세하다 보니 새 배를 발주할 능력도 부족하다. 청해진해운은 일본에서 116억원가량에 세월호를 사서 30억원가량의 리모델링 비용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배를 사려면 훨씬 많은 돈이 필요하다.

다만 국내 조선사들도 ‘바다 위 초호화 호텔’로 불리는 고가의 대형 크루즈선에는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다. 경험이 없어서 그렇지 만들 수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STX그룹은 이런 꿈을 갖고 2007년 노르웨이 조선사 아커야즈를 사들여 ‘STX유럽’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회사가 만든 ‘오아시스오브더시즈’ ‘얼루어오브더시즈’ 등의 시리즈선은 세계 최대 크루즈선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이들의 대당 가격은 1조5000억~2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STX는 이 회사의 대주주였을 뿐 실제 선박 제조에 관여하지 않았다. ‘한국산’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크루즈선의 핵심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내장재인데 국내 조선사들이 취약한 분야”라며 “수주를 한다 해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