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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저녁 7시23분 전남 진도 팽목항. 어두워진 바닷길을 가르며 민간 잠수사 20여명을 태운 배 한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종자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쏠렸다. 해병대 전우회 소속 대원들은 잠수사들을 맞기 위해 정박지 근처로 내달렸다.

배가 멈추자 검은 잠수복을 입은 잠수사들이 하나둘 내리기 시작했다. 다소 지친 얼굴이었다. 잠수사 최진호 씨는 “배가 거의 가라앉아 옆으로 누워 있다”며 “시야가 여전히 확보되지 않아 수색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도 생존자는 구출되지 않았다.


사고 소식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이심전심’으로 모여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있는 잠수사들에게 선체 수색은 ‘사투(死鬪)’ 그 자체다. 실종자를 찾아도, 못 찾아도 절망과 슬픔이 몰려온다.

황대영 한국수중환경협회 회장은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성과가 크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잠수사들의 가장 큰 장벽은 열악한 바다환경이다. 진도 인근 해역은 동해나 서해와 달리 조류가 강하고 바닷물이 탁하기 때문이다.

지난 18일과 이날 구조작업에 참여한 김영기 대전 한국수중환경협회 본부장은 “한시라도 빨리 생존자를 구출해 내고 싶은데 조류가 강하고 이물질이 많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며 “물에 들어갔다가 성과 없이 나온 뒤 낙담하는 잠수사가 한둘이 아니다”고 전했다.

잠수사들은 22일부터 구조작업에 더욱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작은 조금이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22~23일이 조류가 가장 안정적인 시기”라며 “선체에 생명줄을 연결하는 작업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보다 원활한 구조작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작업에 참여하는 민간 잠수사는 그야말로 자원봉사자들이다. 평범한 회사원, 자영업자, 개인사업가로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재난이 닥치면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로 뛰어든다. 하지만 구조작업 중 신변에 문제가 생겨도 보상은 받지 못한다.

모든 민간 잠수사가 구조작업에 참여하는 건 아니다. 500~1000회 이상 잠수 경력이 있는 ‘프로 잠수사’만 재난구조에 나설 수 있다. 현재 진도 사고해역에 투입된 민간 잠수사 대부분은 인명을 구조한 경험을 갖고 있다. 서해 훼리호 사건이나 천안함 사건 당시 구조작업에 참여한 잠수사도 적지 않다.

침몰 현장에서 수색활동을 벌인 김종욱 한강수중환경지킴이 국장은 “진도로 내려올 때 배를 포함한 모든 장비를 스스로 조달했지만, 불만 같은 건 없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하루 평균 70~80명의 민간 잠수사들이 세월호 침몰 해역에 투입돼 하루 1~2회씩 공기통을 메고 입수한다. 현장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왜 빨리 구조하지 못하느냐”고 다그칠 땐 야속한 마음도 들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잠수사들은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면 미안함이, 수습을 한 뒤엔 극심한 스트레스와 자괴감이 몰려온다”며 “우리가 힘들고 괴롭더라도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계속 바다로 뛰어들 작정”이라고 말했다.

목포=윤희은/진도=김태호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