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을 인솔했다가 세월호에서 구조된 교감 강모씨(52)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진도경찰서는 18일 오후 4시5분께 사고대책본부가 꾸려진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 뒤 야산 나무에 강씨가 자신의 허리띠로 목을 맨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강씨가 세월호 침몰 후 학생들을 제대로 인솔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강씨의 지갑에서는 편지지에 손으로 쓴 유서가 발견됐다. 강씨는 유서에서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17일 밤 9시50분 이후 연락이 안 된다는 강씨 가족의 신고를 18일 오전 1시께 접수받아 주변을 수색해왔다. 강씨는 체육관 단상에서 단원고 교장 등 교사 10여명이 무릎을 꿇고 학부모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당시 교장과 교사들에게 물통을 던지는 등 학교 측 대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강씨는 이전에도 체육관에서 교장과 함께 학부모들에게 사과하려 했으나 격앙된 분위기 탓에 하지 못하기도 했다.

인솔 단장으로 학생들과 함께 수학여행길에 오른 강씨는 선박에서 구조된 뒤 “‘나만 구조됐다’며 자책해 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또 ‘나만 살아서 미안하다’는 말을 가족과 교사들에게 반복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의 한 동료 교사는 “윤리 교사로 올곧은 성격에 매사에 책임감이 있는 분이었다”며 “사고 이후 말수가 급격히 줄었고,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별다른 말이 없어 걱정이 됐었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구조되고 나서 몸이 좋지 않아 보여 입원해 치료를 받으라고 했는데 죄책감 때문인지 항상 체육관 주변에 머물렀다”며 “어제 아내와 딸이 체육관을 찾아왔는데도 돌려보내고 현장에 남아 사고 수습에 온힘을 쏟고 있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가족들은 강씨가 사라졌다는 동료 교사들의 연락을 받고 진도체육관을 다시 찾았다. 체육관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등을 돌려보며 강씨의 행방을 찾던 중 비보를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지난 16일 헬기로 구조돼 인근 섬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섬에서 어부에게 부탁해 고깃배를 타고 세월호 침몰 해역으로 이동, 구조 장면을 지켜보다가 다시 육지로 나와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사고 상황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평소 마음이 여린 편이고 당뇨가 있어 구조 당일에도 저혈당으로 탈진하기도 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진도=김우섭/홍선표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