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금융소비자보호위 독립시켜야 하나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설립 방안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금융위원회에서 소비자 보호 관련 정책 기능을 분리해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금융위가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관할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지만 이렇다 할 의견 접근은 이뤄지지 못했다.

[맞짱 토론] 금융소비자보호위 독립시켜야 하나
금융위에서 금융소비자위원회를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나왔다. 이종걸 의원이 대표발의한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상품 판매에 관한 법률안’이 핵심이다. 이 법안은 금융위가 금융산업 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산하에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을 두고,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해 소비자 보호와 금융회사 영업 관련 정책을 총괄하도록 했다.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아래는 집행기관으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한다. 금융위가 금융산업 육성 임무 때문에 금융소비자 보호에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금융규제 중첩과 금융회사의 업무 부담 가중 가능성이 있고 정부조직 개편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한다. 일단 정부안대로 금감원에서 금소원만 떼어낸 뒤 나중에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논쟁이 가열되면서 4월 임시국회에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관련 법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2월 국회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가 시급한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안에 찬성하는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실장과 야당안이 옳은 방향이라는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가 지상논쟁을 벌였다.

찬성 금융산업 육성에만 치우쳐…소비자보호 독립성 확보 시급

[맞짱 토론] 금융소비자보호위 독립시켜야 하나
국회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현재 법안심사소위가 심의 중이지만 정확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건전성 감독기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를 분리하는 문제는 큰 방향에서 의견 일치를 봤다. 다만 금융감독 및 소비자 보호의 독립성 확보 문제는 아직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부ㆍ여당안(이하 정부안)은 기존 금융위원회를 유지하자는 쪽이다. 금융위 아래 금융감독원에서 분리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 측 대표격인 이종걸 의원안(이하 야당안)은 금융위도 쪼개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에 넘긴 뒤 금융위는 금융산업 감독 정책만을 담당하는 동시에 밑에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을 두고,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해 소비자 보호와 금융회사 영업 관련 정책을 총괄하자는 식이다. 진정한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은 금융위에서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산하에 설립돼야 한다는 얘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한국 금융의 미래가 달려 있는 금융감독체계를 과연 어떻게 고쳐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득권과 무관한 견해가 필요하다. 학계가 합의된 의견을 제시한 바 있어 참고할 만하다. 지난해 금융 분야 학자 및 전문가 143명은 올바른 금융감독체계 개편 촉구를 위해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다음 세 가지를 제안했다.

금융 소비자 보호에 소홀…카드 부실사태 발생

첫째 금융위의 금융산업정책 업무는 기재부로 보내 국제금융업무와 통합하고, 금융감독은 정책과 집행 업무를 묶어 독립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효율성을 제고한다. 둘째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업무는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으므로 조직을 분리하되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 셋째 금융안정협의회(가칭)를 법제화해 금융감독 유관기관 간 업무 협력 및 정책공조 체제 구축의 발판을 마련하고 거시건전성 정책·감독 역량의 강화를 도모한다.

앞의 정부안과 야당안을 공동선언문의 제안에 비춰 평가해보면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간 조직 분리는 두 안 모두 이를 수용하고 있어 큰 차이가 없다. 금융안정협의회 법제화 이슈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추후 검토해도 늦지 않은 사안이어서 현시점에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금융감독과 소비자 보호의 독립성 및 효율성 이슈에서 두 안은 큰 차이를 보인다. 우선 정부안은 현행 금융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포함해 모든 금융정책을 자신들만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권력은 정부만이 행사할 수 있고 그래야만 행정체계와 절차가 바르게 정비된다는 공급자 중심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당안은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업무 분리를 통해 감독의 독립성을 보장함으로써 금융산업과 시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보인다.

현시점에서 한국 금융감독체계 개편 수요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최근 반복되는 금융사고로 실추된 금융산업의 신뢰 회복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 쏠림현상이 초래돼 위험해지는데, 감독기구가 정부 정책에 압도돼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카드사태에서는 정부의 카드사용 장려정책이 감독을 압도하는 가운데 카드 부실이 양산됐다. 저축은행 사태에서는 과거의 규제 완화가 저축은행 부실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된다.

근 카드 3사 정보유출 사건에서도 금융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주회사 내 정보 공유를 고객동의 없이 무제한 허용한 것이 결국 소비자 피해를 키운 셈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감독과 소비자 보호의 독립성 확립을 통해 실추된 금융산업의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맞짱 토론] 금융소비자보호위 독립시켜야 하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위해서도 자율·창의성 더 육성해야

둘째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선도하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를 세계 81위로 평가한 바 있다. 이러한 충격적인 평가 결과의 원인으로 관치금융이 꼽힌다. 모피아가 정책을 주도하고 낙하산을 통해 감독과 산업까지 주도하는 상황에서 금융산업 발전의 필수요소인 자율성과 창의성은 자라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바꾸어야 하는데, 감독체계 독립성 확보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가 현행 정부안대로 기존 금융위 산하에 설치된다면 소비자 보호 업무의 독립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현재보다 나아질 것은 전혀 없어 보인다. 금융산업과 감독정책을 금융위가 모두 담당하는 상황에서 금융산업정책이 감독정책을 압도하는 일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위를 쪼개 소비자보호위원회를 분리하는 데는 정부조직법을 고쳐야 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수반할 수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시간 여유를 갖고 충분히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그동안 수차례 반복된 관계로 설득력이 높지 않다. 오히려 금융 선진화를 위해 이런 과제를 적극 해결하려는 노력이 바람직해 보인다.

반대 관료조직 비대화 유발…이원화 땐 규제 과잉 우려

[맞짱 토론] 금융소비자보호위 독립시켜야 하나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설립을 둘러싼 논쟁이 1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기구의 분리 설립에는 큰 이견이 없는데도 설립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공무원 조직인 상위 정책기구(금융위원회)도 함께 개편해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의 분리 설치 여부다. 금융위원회를 금융건전성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로 나누자는 주장에 대해서 짚어볼 점이 있다.

첫째로 금융위원회 이원화는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크게 저해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 신설되면 권한 확대를 통해 조기에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신생 조직의 본능에다 금융건전성위원회와의 경쟁의식 및 금융소비자의 증폭된 기대가 맞물려 자칫 과잉 규제를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는 정부의 규제완화 추세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일정 부분 희생하더라도 금융소비자 보호가 강화돼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으나 금융시장에 대한 지나친 제약은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금융·감독정책 현실적으론 명확히 구분 어려워

다음으로 금융회사 건전성과 금융소비자 보호는 금융정책 수립시 함께 고려해야 하는 핵심 정책 요소라는 점이다. 일례로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정책과 관련이 있으나 금융소비자의 담보 활용 권리, 약탈적 대출 규제 등과 같이 소비자 보호 측면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정책을 구분해 운영한다면 금융정책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낮출 우려가 있다.

셋째, 정책기관 이원화에 따른 문제를 금융정책협의회를 구성해 해결할 수 있다고 하나 지금까지의 경험을 놓고 볼 때 협의체 기구가 권한이 비슷한 두 기관의 정책 충돌이나 중복 규제 문제 등을 조정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카자흐스탄의 경우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분리한 뒤 금융감독위원회와의 업무 협조와 정보 공유 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데다 과잉 규제가 양산되면서 금융산업 발전이 심각하게 저해되는 문제점이 나타나 다시 두 기관을 통합하는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문제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다.

으로 관치금융 폐해를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힘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관료조직 비대화와 분화만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가 두 개의 기관으로 분리되면 총무, 행정 등 지원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데다 겹치는 업무 영역이 생길 수밖에 없다.

관치금융은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이 선진화되고 성숙해지면 저절로 없어지는 것이지 기관을 쪼개 힘을 분산시킨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볼 때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분리하기보다는 현재의 증권선물위원회와 같이 금융위원회 내에 설치하되 최대한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국가에서 영업행위 등 시장감시기구가 소비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증권선물위원회를 확대·개편하는 것도 금융정책과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맞짱 토론] 금융소비자보호위 독립시켜야 하나
의견 대립때 조율 어려워…금융시장 효율성 크게 저해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처음부터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실제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족한 점들을 깊은 논의를 거쳐 보완해 나간다면 우리 실정에 적합한 멋진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을 가지게 될 것이다.

론적으로 거시적인 금융정책과 소비자 보호 등 감독정책의 기능을 분리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 둘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동일 기관이 두 종류의 정책을 동시에 수행할 경우 금융정책이 감독정책을 압도해 금융 불안 요인을 누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두 정책의 분리는 장기적 시각에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현실적으로 상당수 정책들은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으로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회사의 최소 자본금 규모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건전성 감독정책이기도 하지만 해당 금융산업의 참가자 수나 규모, 경쟁 구조 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금융정책이기도 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정책이 금융산업의 건전성 유지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정책의 구분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의 분리는 정부 행정조직의 추가적 변화로 직결된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의 설립이 지연될 것이 자명하다.

금융소비자 보호기구의 분리 설립 합의에도 1년여 시간이 필요했는데 대대적인 경제부처의 재편 논의에 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인가. 지금은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설립할 것인가에 논의를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박종서/장창민 기자 cosmos@hankyung.com

■ 읽을 만한 자료

△금융감독 선진화를 위한 감독체계 개편방안(김건식 외, 서울대 금융법센터, 2012)
△금융감독체계 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윤석헌 외, 한국금융학회, 2012)
△금융감독체계의 구성원리(정순섭, 대한금융공학회, 2012)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방안(김인철 외,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TF,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