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한식당 '애류헌', 청국장 토마토 샐러드·약탕기 곤드레밥…착한 밥상…입 안의 힐링
애류헌(愛流軒·Erewhon)이란 이름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한자로는 ‘사랑이 흐르는 집’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단독주택을 개조한 건물이다. 영어 이름 ‘Erewhon’은 ‘nowhere’의 철자를 뒤집어 살짝 바꾼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멋진 곳’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단다.

청담동 한식당 '애류헌', 청국장 토마토 샐러드·약탕기 곤드레밥…착한 밥상…입 안의 힐링
아담한 나무계단을 올라 장독이 옹기종기 모인 앞마당을 거쳐 식당에 들어섰다. 서까래를 비롯한 건물 곳곳은 일본에서 가져온 최고급 목재로 장식했다. 일곱 개의 룸은 조용하고 고급스러워 비즈니스 접대 장소로 인기다. 통유리로 둘러싸인 테라스는 최대 32명을 수용할 수 있어 돌잔치나 단체모임도 자주 열린다.

애류헌에선 메뉴 선택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점심엔 두 종류, 저녁엔 네 종류의 코스 가운데 고르면 된다. 30여년 경력의 셰프 출신으로 이곳 운영을 총괄하는 전도식 전무는 “코스 초반에는 비주얼이 예쁜 음식으로 시작해 후반으로 갈수록 정통 한식으로 변해가는 구성”이라며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 외국인도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청담동 한식당 '애류헌', 청국장 토마토 샐러드·약탕기 곤드레밥…착한 밥상…입 안의 힐링
코스마다 10여종씩 나오는 각종 요리 중에는 식당 이름처럼 ‘어디에도 없는’ 참신한 메뉴가 적지 않다. 기자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건 ‘청국장 토마토 샐러드’다. 토마토 껍질을 벗기고 속을 긁어낸 뒤 머스터드 소스, 단호박, 각종 견과류 등과 버무린 청국장을 채워넣은 샐러드다. 입안에서 분명 청국장이 씹히는데 특유의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달콤하고 부드러워 어린이들도 좋아할 만한 맛이다.

기왓장을 뒤집어 접시로 쓴 ‘한우 떡갈비구이’는 보는 즐거움까지 주는 요리다. 테이블에 놓고 아래 쟁반에 70도짜리 럼주를 붓고 불을 붙이는 ‘불쇼’는 분위기를 한껏 돋워준다. 불에 달군 조약돌에 떡갈비를 얹어 금세 식지 않도록 했다. 양념 후 하루 동안 냉장 숙성해 완성한 깊은 맛도 인상적이었다.

특허를 받았다는 ‘즉석 약탕기 곤드레밥’은 애류헌의 필살기다. 한약 달일 때 쓰는 약탕기를 개량해 여기에 밥을 지어 준다. 1200도 고온의 가마에서 구워낸 내열 솥인데, 압력밥솥 못지않은 차진 밥맛을 냈다. 밥을 꼭꼭 씹으니 강원도산 곤드레나물의 구수한 향이 전해졌다. 반찬으론 강된장과 일곱 가지 밑반찬이 광주리에 담겨 나온다. 한식 코스요리에서는 종종 ‘이것저것 먹긴 했는데 헛헛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는데, 이곳은 밥맛을 제대로 내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술은 소주 맥주 전통주 다 팔지만 이왕이면 ‘한식과 와인의 조합’이라는 애류헌의 콘셉트에 맞춰 근사한 와인을 선택해 보길 권한다. 입구 쪽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80여종의 와인을 갖춘 대형 와인셀러가 있다. 와인 지식이 해박한 매니저들에게서 친절한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청담동 한식당 '애류헌', 청국장 토마토 샐러드·약탕기 곤드레밥…착한 밥상…입 안의 힐링

청담동 한식당 '애류헌'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구찌 매장 옆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는 ‘럭셔리 한식 레스토랑’을 만날 수 있다. 2011년 문을 연 ‘애류헌’이다. 대통령이 선택한 식당이라면 일단 믿음이 가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로 들어가기 전 이따금 이곳에 들러 식사를 했다. 삼성 포스코 등 대기업의 최고위 경영진과 청담동 일대를 오가는 유명 연예인의 단골집이기도 하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