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중개업 '초토화'…"올들어 대출모집인 절반 업계 떠나"
작년 말까지만 해도 50여명이 일했던 서울 소재 대출중개회사 한 곳은 이달 들어 제대로 출근하는 직원이 5명으로 줄었다. 이 회사 황모 대표는 “한 달에 50만원 벌면 선방한 것이고 아예 수입이 없는 사람까지 나올 정도로 영업이 어려워졌다”며 “2월부터 직원들의 퇴사가 줄을 이었고 나도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8일 신용카드 3개사에서 1억여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고 발표된 이후 온 나라가 들썩인 지 100일. 대출중개업계는 한 마디로 ‘초토화’됐다. 대출·대부중개업이란 돈을 빌리려는 사람을 찾아 금융회사에 소개해주고 대출금액의 5%를 수수료로 받는 직업이다. ‘러시앤캐시’와 같은 대부업체, 캐피털업체 등에 소액 신용대출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거나 은행과 저축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알선하기도 한다. 작년 말 기준 1만2726명의 대출중개인들이 활동했다. 하지만 올 3월 말 현재 1만120명으로 크게 줄었다. 불법 개인정보를 근절하겠다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연이어 내놓은 조치들 때문이다.

‘직격탄’은 대출모집인들이 적법한 절차로 얻은 개인정보로 영업을 했는지 대출해주는 금융회사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금융위의 행정지도였다. 행정지도 전에는 대출중개인들이 돈이 필요한 사람을 금융회사에 소개만 해주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개인정보를 활용한 마케팅에 동의했는지’를 확인해야만 대출이 된다. 불법 정보로는 아무리 영업해봐야 대출이 실행되지 않는 구조가 된 것이다.

타격이 특히 심했던 금융업권은 소액 개인 신용대출이 많은 대부업과 저축은행업, 캐피털 등 여신전문업 등이다. 300만원짜리 대출을 소개해주면 15만원이 떨어지는데 적법한 절차로 고객 정보를 확보하기에는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대출중개업을 그만둔 김모씨는 “하루에 100통이 넘는 전화를 돌려야 1~2건 대출이 돼서 생활할 수 있는데 이렇게 많은 정보를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자동차 앞유리나 아파트 우편함에 전단지를 돌리는 방식으로는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부회사에 대출을 중개하는 업체들은 고객 정보를 전적으로 자신들이 확보해야 한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회사를 상대로 대출을 중개하는 업체는 대출 회사로부터 일부 고객정보를 받는다.

대출중개업체가 어려워진 이유는 더 있다. 대부업협회 관계자는 “고객정보를 합법적으로 확보했다고 해도 영업 목적의 고객 전화가 하루 한 번으로 제한되고 문자 메시지, 이메일 영업도 사실상 불가능해 대출중개업은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대출중개업 등록을 공식적으로 취소하지 않은 사람도 많아 올 들어 절반은 업계를 떠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불법 개인정보를 통한 영업 중단으로 대출중개업계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에 대해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이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중개업 퇴조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이지훈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