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 노동·서비스 개혁 못하면 10년후 잠재성장률 2%대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노동시장과 서비스산업을 개혁하지 못하면 10년 뒤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17일(현지시간) 발표한 ‘2013년 한국 경제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의 인구노령화 및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둔화가 성장 잠재력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0~1997년 7%에서 2000~2007년에는 4.75%로, 2011~2012년에는 3.25~3.50%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한국의 노령화 추세가 지금처럼 지속되고 낮은 여성 노동인구 비율이 그대로 유지되면 2016년에 노동가능 인구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의 여성 노동참여비율은 60%로 선진국 70~8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로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이 양산돼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IMF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을 갖고 있지만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7%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산업에 대한 투자도 제조업에 뒤처지고 있는데 이는 제조업 위주의 세금정책과 서비스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건강 교육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IMF는 노동력 확대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25년 2.0~2.50%로 낮아지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현 수준에서 정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IMF는 올해 경제 전망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했다. 경기부양적 통화정책과 재정확대, 그리고 수출 증대에 힘입어 올해 경제는 3.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여름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축소를 예고할 당시 신흥국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했지만 한국은 ‘안전한 투자처(safer haven)’로 부상하면서 자금이 유입됐다고 평가했다.

IMF는 그러나 한국의 단기리스크로 대외악재를 지목했다. 중국 등 수출 상대국의 경기침체로 한국의 수출이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지역별 수출비중은 중국이 1위이며 그다음은 아세안,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순이다.

IMF는 국내 리스크 요인으로는 가계부채를 꼽았다. 과도한 가계부채가 내수를 위축시켜 성장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IMF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경기부양 기조를 이어가야 하며 재정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 세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MF는 통화정책에 대해선 인플레이션과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없는 한 금융 완화 조치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의 정상화(금리 인상)는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육박할 때까지 유보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임박한 위기징후는 없지만 가계와 기업부채의 취약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