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 산하의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가 KTX 요금인상안을 내놨다. 뜬금없이 국회가 왜 철도 요금 인상에 앞장선 것인가. 지난 연말 사상 최장의 철도파업 때 마무리 국면에 불쑥 끼어들었던 국회가 철도개혁을 주도하겠다면서 급조한 게 철도소위였다. 이 위원회가 엊그제 석 달 반의 활동을 종료하며 낸 정책대안이 여객 3~5%, 화물 10~15%의 요금인상이었던 것이다.

철도개혁안은 애초 국회가 전면에 나서 과욕을 부릴 사안이 아니었다.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가 있다. 가뜩이나 갈등 증폭형 운동논리를 보여주고 있는 국회다. 밀양 주민과 한전의 갈등 당시 전문가 협의체를 40일간이나 가동하면서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던 국회였다. 진주의료원 폐쇄 논란 당시 공공의료특위도 기껏 도지사 고발이 활동의 전부였다. 이번에도 민영화를 아예 원천봉쇄해 달라는 철도노조의 요구를 명문화하지 않은 게 역설적으로 성과라면 성과다. 하지만 이 문제조차 ‘민간매각 방지장치를 확고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적시함으로써 향후 철도정책에 걸림돌을 놓고야 말았다.

철도 요금인상 권고가 공공개혁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나왔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철도문제는 공공부실의 상징처럼 돼 있다. 부채 17조원, 연간적자 7000억원, 미국 철도임금보다 오히려 더 높은 고임금 등을 정상화 궤도로 올리는 건 공공개혁의 시금석이다. 요금인상이 이런 부실의 탈출구가 돼선 안 된다. 수돗물값 올리기로 상하수도 부실을 메우고 전기료 인상으로 한전 부채를 개선하는 식이라면 공공개혁은 완전히 원점 회귀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노조와 정치권의 내밀한 약속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도 들린다.

공공요금도 요인이 있다면 당연히 올려야 한다. 이용자들이 편리한 공공서비스의 대가, 즉 비용구조를 인식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다 해도 코레일과 정책당국이 있다. 국회가 나설 일이 아니다. 17조원 철도부채를 코레일은 빼고 국민에게 급하게 전가한다는 비판도 국회가 자초했다. 노조도 좋고 사측도 반기는 선심성 권고라면 전형적인 정치 포퓰리즘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