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와인 G7을 발굴한 김시균 신세계L&B 사업개발팀장.
이마트 와인 G7을 발굴한 김시균 신세계L&B 사업개발팀장.
“국내에서 가장 싸게 팔 수 있는 와인을 찾아라.”

신세계그룹 주류 수입 계열사인 신세계L&B의 김시균 사업개발팀장은 2008년 5월 회사로부터 이런 특명을 받았다. 특급호텔 소믈리에 출신인 그는 6개월간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을 돌아다니며 1만3000여종의 와인을 시음해 봤다. 그러나 제대로 된 맛을 내면서 국내 최저가로 팔 수 있는 와인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250㎞ 떨어진 시골마을 탈카. 이곳에서 그는 값이 싸면서도 비교적 깊은 맛이 나는 와인 ‘G7’(사진)을 발견했다. 김 팀장은 이듬해 5월 이 와인을 들여와 이마트를 통해 국내 최저가인 병당 6900원에 판매했다. 5년이 지나 G7은 연 100만병 판매를 바라보는 이마트의 ‘베스트셀링 와인’이 됐다.

신세계L&B가 수입하고 이마트가 판매하는 와인 G7이 국내 최고 인기 와인으로 떠올랐다. 이마트는 올 들어 3월까지 G7을 35만병 판매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마트 영업시간으로 환산하면 1분에 5병씩 팔린 셈이다.

지난해 국내 와인 판매 1, 2위였던 ‘1865’와 ‘몬테스알파’를 뛰어넘었다. 1865는 정확한 판매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 들어 3월까지 20만병가량 팔린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몬테스알파는 같은 기간 19만8000병 팔렸다. 작년에는 1865와 몬테스알파가 각각 70만병가량 팔려 1, 2위를 차지했고 G7은 56만병으로 3위였다.

이마트는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G7 판매량이 120만병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단일 브랜드 와인으로는 국내 최초로 연 100만병 판매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월에는 국내 출시된 와인 중 최단 기간인 4년8개월 만에 누적 판매 200만병을 돌파했다.

1분에 5병씩 팔리는 G7 와인 "1만3000가지 맛 보고 찾아냈죠"
G7은 2009년 5월 출시돼 6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와인 시장을 파고들었다. 김 팀장은 “대량 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추고 중간도매상 없이 현지 와이너리에서 직수입해 유통 비용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신세계L&B와 이마트의 마진폭도 줄였다. 신세계L&B는 G7을 현지에서 병당 3000원대 초반에 구매한다. 소비자 판매가격의 40~50% 수준이다. 칠레산 와인의 판매가격이 수입가격의 평균 5.1배라는 관세청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유통 마진이 상당히 작은 것이다.

1분에 5병씩 팔리는 G7 와인 "1만3000가지 맛 보고 찾아냈죠"
이마트는 G7의 인기 요인으로 가격 외에도 묵직한 맛을 꼽는다. 과거 1만원 이하의 저가 와인은 단맛이 강한 ‘스위트 와인’ 일색이었다. 이 때문에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싸구려’ 취급을 당했다. 김 팀장은 “G7은 타닌 함량이 높아 떫은맛이 나고 향도 강한 편”이라며 “맛과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잘 팔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G7은 재구매율이 38%로 다른 와인보다 높다. G7을 구입한 소비자 중 38%는 1년 안에 또 산다는 의미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와인 전체의 평균 재구매율(19%)에 비해 두 배나 높다.

이마트는 이달 말 용량이 1.5L인 G7 대용량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가격은 1만3000원 이하로 매긴다는 방침이다. 기존 750mL 제품에 비해 단위 용량당 가격을 5% 이상 낮추겠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두 가족 이상이 여행을 가면 750mL짜리 와인 한 병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다”며 “본격적인 나들이철에 맞춰 1.5L 상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