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헤서웨이 회장은 고향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시의 식당에서 밥 먹을 때마다 밥값의 2.5%를 경찰과 소방관을 위한 세금으로 따로 내고 있다. 시가 공무원 퇴직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특별세를 거둔 지 3년이 지났지만 적자는 더 늘어 지난해 8억5000만달러로 증가했다.

'공무원연금 덫'에 걸린 美 지자체…위기 탈출 안간힘

○36개 주정부 공무원연금 ‘위기’

시카고 필라델피아 블루밍턴 찰스턴 멤피스 등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동부 뉴욕주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에 걸쳐 상당수 지자체가 연금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작년 말 기준 미 지자체의 공무원 퇴직연금 부족액은 1조달러를 넘어섰다.

180억달러의 부채를 안고 파산한 ‘디트로이트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미 재무부는 최근 3조7000억달러 규모의 지방채권시장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미 지자체의 연금재정 고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 탓이다. 인구 42만명인 오마하시가 대표적이다. 이 시는 2004년 선심행정과 복지 확대 차원에서 경찰 및 소방공무원의 연금 수령 나이를 55세에서 45세로 낮추고 시간외수당도 연금 산정 기준에 넣었다. 그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버핏 회장은 지난 3월 연례 주주 보고서에서 공무원 연금을 ‘금융 좀벌레’에 비유하며 개혁을 촉구했다.

지자체의 연금재정은 1990~2000년 연금 투자수익률이 높았던 증시 호황기에는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선심행정도 이때 쏟아졌다. 그러나 금융위기 후 증시가 침체에 빠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베이비부머의 은퇴도 연금재정을 압박하는 원인이다. 민간 연구소인 퓨채리터블트러스트에 따르면 미 주정부의 공무원 퇴직연금 적자는 2008년 452억달러에서 2012년 9140억달러로 불과 4년 만에 20배 넘게 급증했다. 50개주 가운데 14개주를 제외한 36개주가 연금위기에 처했다. 캘리포니아의 연금 적자는 190억달러에 달한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우나

지난달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84억달러의 공무원 연금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시카고시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한 단계 낮췄다. 작년 7월 3단계 낮춘 데 이은 추가 강등이었다. 무디스는 “늘어나는 대규모 연금 적자가 시를 파산으로 내몰 수 있다”며 “세금인상과 예산삭감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리노이 주의회는 지난 8일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이 발의한 연금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공무원의 개인분담금을 5년간 현행 월급의 8.5%에서 11%로 인상하고 매년 3% 인상되는 연금지급액을 인플레이션에 연동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이매뉴얼 시장은 재산세 인상까지 요구했지만 의회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보류했다.

필라델피아는 50억달러의 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1%의 판매세 제도를 연장하고 천연가스설비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억2000만달러의 연금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인디애나주 블루밍턴시는 전기와 상수도 요금 등에 부과되는 유틸리티 세금을 올리고 동물원 입장료까지 올릴 계획이다.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찰스턴시는 2억5000만달러의 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일부 소방서 문을 닫을 계획이다.

대니 존스 찰스턴 시장은 “세금을 올려야 하고 공공서비스까지 줄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