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LG家 실리콘웍스, 동부하이텍 인수 추진…동부, 구조조정 속도 붙을 듯
범LG가(家)인 실리콘웍스의 동부하이텍 인수는 사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실리콘웍스 대주주가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친척이어서 LG로선 간접적으로나마 반도체사업 재진출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동부도 그간 난항을 겪은 구조조정에 돌파구를 찾는다는 점에서 ‘윈-윈’이 될 것이란 평가다. 게다가 국내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 우려가 없다는 점도 매각 타결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LG전자와 LCD(액정표시장치)를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LG는 1999년 ‘빅딜 협상’ 과정에서 반도체 사업을 현대그룹에 넘겼다. 이후 반도체 사업 재진출 여부에 재계의 관심이 쏠렸다.

실리콘웍스가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인 동부하이텍을 인수하면 LG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설계-생산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간 LG전자가 동부하이텍의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직접 인수하면 전자 경쟁사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난색을 보여왔다.

하지만 실리콘웍스를 통해 동부하이텍을 인수하면 이런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용 반도체의 일종인 드라이버IC 등을 만드는 계열사인 루셈과 연계하면 다양한 영역에서 반도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루셈은 (주)LG와 일본 라피스반도체의 합작사로 지난해 매출은 3900억원 수준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428억달러(약 44조원)였던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올해 480억달러를 거쳐 2016년 645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1위 업체는 대만의 TSMC고 동부하이텍은 점유율 2%대로 9위다.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동부그룹에도 희소식이다. 동부는 지난달 31일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을 통해 국내외 20여개 업체에 동부하이텍 매각 안내서를 보냈지만 최근까지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이 없었다. 다른 계열사인 동부제철의 자산 매각 방법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LG가 간접적으로나마 동부하이텍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도 반길 일이다. 그간 SK하이닉스 등 다른 국내 대기업이 동부하이텍 인수에 뜻이 없다고 밝히면서 독일 보쉬 등 외국 기업의 인수설이 나돌기도 했다. 업계에선 외국 기업이 인수하면 국내 유일의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의 기술이 외국으로 유출될 것을 염려해왔다.

최근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산업통상자원부에 국내 기업의 동부하이텍 인수를 원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남윤선/김현석 기자 inklings@hankyung.com